Q.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중반 남편을 둔 교사입니다. 최근 관련 산업의 심각한 불황으로 매년 나오던 성과급도 없어지고 남편 월급도 깎인 상황입니다. 그간 적지 않은 맞벌이 소득으로 지출관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소득이 변동되니 당장 생활비가 부담스럽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교육비 부담도 느는데, 앞으로 어떻게 규모 있는 돈 관리를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A. 보통 맞벌이라고 하면 둘이 버는 만큼 넉넉하지 않겠냐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죠. 그러다보니 양가 집안에 일이라도 생기면 아무래도 맞벌이하는 자식이 더 부담하지 않을 수 없고, 둘이 버는 만큼 사회생활 비용도 두 배로 듭니다. 또 부모로서 챙겨주지 못한다는 미안함에 자녀에게도 조금 더 쓰게 되고…. 이러다보면 맞벌이라고해서 딱히 더 여유가 있거나, 저축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가구의 흑자율이 10% 내외밖에 차이 나지 않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흔히 간과하는 점은 둘 다 일하는 만큼 실직이나 소득단절의 위험성도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수명은 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경제적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고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조기퇴직이 일반화돼 실직과 그에 따른 소득단절 위험성도 커졌습니다. 확률적으로 맞벌이 가구의 소득단절 위험성은 외벌이 가구의 두 배인 셈이지만, 한 쪽이 실직을 해도 다른 쪽의 소득이 유지된다는 생각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부 중 한 쪽이 공무원이나 교사처럼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이 나올 경우 소득안정성을 과신하기 쉽습니다.
고비용‧경직된 지출구조 문제
소득이 감소됐을 때 씀씀이를 즉각적으로 줄여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한 쪽의 소득만으로도 생활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의 현금흐름을 들여다보면 고정 지출과 필수 비용이 높은 경직된 지출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자도 매달 적지 않은 소득이 들어오지만 고스란히 지출로 나가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주거비와 대출금 상환, 보험료, 교육비, 통신비와 부모님 생활비처럼 매월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지출이 500만원을 넘어 월 지출의 80% 가량을 차지합니다. 한 사람의 소득으로는 고정지출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식비나 교통비처럼 필수적인 소비를 감안하면 소득이 줄었다고 해서 씀씀이를 조정할 수 있는 여력도 거의 없는 셈이죠.
할부 줄이고 중복보험 정리를
고정 지출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즉각 줄이기 어렵습니다. 맞벌이일수록 고정 지출이 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자의 경우 우선 불필요하거나 중복 가입한 보험을 정리해 해약환급금으로 대출을 상환함으로써 보험료와 대출이자를 줄였습니다. 여행은 신용카드로 다녀오고 카드 할부로 갚아나가는 대신 6개월짜리 적금을 가입해 만기금액으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이미 써버린 신용카드 대금은 다음 달의 고정 지출입니다. 하지만 저축을 하면 목적이 뚜렷하고 계획성 있는 지출이 가능해지며 급할 땐 줄이거나 찾아서 쓸 수 있는 비상금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도 남는 120만원을 자녀 교육비와 부채상환, 비상금 마련과 소비를 위한 단기저축으로 나눠 저축하기로 했습니다.
40~50대는 자녀 교육비 등 지출이 가장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무리한 연금가입이나 저축성 보험과 같은 장기 저축은 고정 지출 부담을 늘리는데다 급한 일이 생길 경우 손해를 보고 해지해서 써야합니다. 단기저축을 활용해 모아서 쓴다면 고정 지출을 낮출 뿐만 아니라 충분한 정보탐색과 신중한 소비로 충동소비나 소비실패를 줄일 수 있고, 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단기저축이 고정지출‧과소비↓
자녀가 어린 20~30대 맞벌이 부부는 가장 저축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부부 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모을지 함께 계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신혼 때의 여유를 소소한 소비로 낭비하지 않고, 부부의 꿈을 이루는 소중한 자원으로 쓰이도록 해야 합니다. 사용시기와 목적에 맞게 나눠 저축하고 장기 저축은 부담 없는 금액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소비규모와 고정 지출이 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혼 때의 여유 있는 상황을 기준으로 대출을 일으키거나 장기에 걸쳐 비용이 지출되는 보험가입, 할부구매를 가볍게 생각하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이 늘기 쉽습니다.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생활을 통해 한 사람의 소득으로 고정 지출과 생활비를 감당하고, 다른 소득은 여유 소비와 저축을 함으로써 맞벌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여행이나 취미, 자기계발, 또는 고급 차나 쇼핑처럼 각자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한 여유 소비는 만족도가 높고, 소비 수준이나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 할 수 있어 지출구조를 유연하게 하고 소비 관리가 용이합니다. 여유현금이나 단기저축으로 소비욕구를 지혜롭게 통제하고 수지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주택마련이나 자녀교육비, 노후준비와 같은 장기저축도 꾸준히 할 수 있게 됩니다.
Quiz. 보험료나 금융비용, 공과금처럼 매달 반복적으로 지출되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즉각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지출은?
*정답을 이메일(event@kfta.or.kr)로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 총 10분께 모바일 문화상품권 1만원 권을 드립니다. 이벤트 참여시 상품권을 지급받을 전화번호를 함께 남겨주세요.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