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통해 어떤 꿈을 꾸는가?
수업에서 꿈을 꾼다고 말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수업을 구상하는 교사라면 ‘수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는가?’에 대해 한번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빠르게 변화는 세상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기’를 꿈꾸는 3년 지기 수업친구들이 있다. 화학, 물리, 생명과학 선생님이다. 우리는 학생들이 ‘질문’으로 세상과 관계 맺고, ‘질문’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업을 디자인하기 위해 수시로 모여 토의했다. 고교 탐구과목 수업에서 질문을 더하고, 때론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학생들과 함께 풀어내는 효율적인 방법을 꾸준히 찾아왔다.
아래는 수업친구인 생명과학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한 후, 커피향 가득했던 찻집에서 선생님께 드렸던 글이다.
언젠가 S대 자연과학 포럼에서 한 고교생이 “과학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교수님이 “과학은 질문이다”라고 답변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그 대답은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과학에 많은 흥미와 관심이 있고, 그래서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지만 한 번도 스스로 질문을 해보지 않은 학생들에게 그 대답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을 거예요. 그리고 수능 앞에 그 대답은 ‘사치스러움’ 그 자체였을 것이고요.
그렇다면 교수는 왜 이렇게 대답했을까요? 또 그래야 한다면 과학에서 질문 수업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런데 그 대답을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 주제는 ‘광합성의 암반응’이었죠. 나른한 봄 날, 오후 수업인 만큼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수업이 되도록 노력하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학생이 골라줬다는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신 것이 흥미로웠어요. 학습 자료라면 교사가 선정하고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선생님은 먼저 수업을 들은 반의 학생이 수업 후 궁금해서 찾아보고 가져온 동영상 자료를 수업에 다시 활용하셨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그동안 학생들이 스스로 지적호기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 오셨음을 엿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수업 마지막에 발표 수행평가를 한 팀 시키셨지요. 선생님이 제시한 주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탐구해 발표하는 것으로 단 7분 정도를 할애한 수행평가였습니다. 발표 주제는 ‘막을 통한 물질이동’이었고요.
첫 번째 학생은 간단히 내용을 설명했고, 두 번째 학생은 ‘촉진 확산의 수송단백질에도 수명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만들어 탐구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학생은 ‘변성된 막 단백질은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라는 질문을 만들고 탐구한 내용에 대해 발표했죠. 두 개의 질문은 다른 학생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기에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탐구는 질병 발생과 신약 연구로 활발하게 이어졌는데, 그 순간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보통 수능 준비,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시험범위 진도를 확보하기 위해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을 할 수밖에 없으시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업에서는 과학 수업에서 빠뜨릴 수 없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선생님이 꿈꾸는 것은, 현재의 과학은 최선의 답일 뿐이고, 과학은 질문으로 또 다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겠죠?
선생님은 과학 수업에 대한 철학을 한 팀의 짧은 수행 평가를 통해 충분히 실현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고3 수업이었음에도 끝까지 수업 속에 질문을 담기 위한 선생님의 깊은 고뇌가 제 마음을 뭉클하게 했답니다. 그리고 3년 동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학생들의 엉뚱한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도를 맞추기가 어려워 고민했던 것 등 선생님의 계속된 노력은 오히려 제게 더 많은 성찰의 기회를 주셨어요. 3월의 마지막 날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