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의 수업을 아이들로부터 듣다

2017.04.03 11:02:08

아이들이 나의 편애를 지적하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교직 경력 25년 이상인 내가 교사로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한해 맡게 될 학급을 대상 3월 한 달 동안 수업을 한 뒤 월 말에 수업 관련 느낀 점을 아이들로부터 들어보는 것이다.


아이들과의 피드백 수업을 통해 교사는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을 분명히 알게 됨으로써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 수업과 관련해 교사와 학생 간의 벽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교사의 수업 개선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지난 3월 초, 첫 영어 시간이었다. 수업에 앞서, 한 달 동안 영어 수업을 듣고 수업에 대한 느낀 점과 건의 사항을 3월 마지막 주 영어 시간에 허심탄회 말해 줄 것을 주문했다.


마침내 3월 마지막 영어시간. 3월 초 아이들과 한 약속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종이를 나눠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게 하려고 했으나 시간 관계상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고 난 뒤, 내 수업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하게 했다. 더군다나 이번 학년은 내가 단 한 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기에,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졌다.


무엇보다 나로부터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 내심 나의 수업 방식에 불평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불평보다 요구 사항을 더 많이 늘어놓았다. 의외였다. 학급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아이들 대부분은 수업 자체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입시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해 달라고 요구했다.


어떤 학급의 일부 아이들은 시험을 공정하게 평가해 주기를 바랐고, 가끔 다른 학급과 성적을 비교하는 나의 편애를 꼬집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공통된 바람은 교사 위주의 수업이 아닌 학생 중심의 수업이었다. 교사의 지나친 주입식 교육이 현 입시체제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아이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나 또한 한 달간 수업하면서 아이들에게 서운한 점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수업 분위기를 위해 좋은 점은 지향하고 나쁜 점은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들의 요구 사항이 다소 무리한 것도 있었으나, 가능하다면 아이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