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도사’ 민병덕(54·사진) 경기 용동중 교감이 최근 우리 전통 음식문화에 숨은 역사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밥상 위의 한국사’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년 간 역사 속 서민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 국민 역사의식을 높여온 그는 최근 인간생활의 기본 3요소인 ‘의식주’를 역사로 엮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5일 용동중에서 만난 민 교감은 "인간 생활의 기본 3요소인 ‘의식주’를 역사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음식을 첫 번째 편으로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룬 사건 중 하나인 프랑스 대혁명도 작은 ‘빵’ 때문에 일어난 만큼 먹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지금은 먹는 것이 풍성해져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내는 것 같아 다시금 강조하고 싶었다"며 "나아가 음식의 유래를 비롯해 그것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까지 서술함으로써 우리 먹을거리에 특별한 시대적 사연이 녹아있음을 들려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30여 년 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발굴하고 연구한 내용이 충실히 담겼다. 특히 관련 유적지, 음식, 유물 등 직접 찍은 사진을 넣어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 제목도 ‘김치는 언제부터 담가 먹었나요?’, ‘소주를 약으로 썼을 뿐 일상적으로 먹는 것은 금지했다면서요?’, ‘수박을 처음에는 먹지 않았다면서요?’, ‘먹는 김은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등 독자에게 흥미와 친근감을 주도록 붙였다.
민 교감은 우리 역사를 알면 알수록 과학, 수학,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우리 조상의 슬기에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 편에서 언급한 우황청심환뿐 아니라, 종이, 신기전, 거북선, 한글 등 우리가 자긍심을 가질만한 역사는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추후 옷과 집의 역사를 통해 공개할 내용 중 한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결이 아니면 손으로 절대 찢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 온실의 유리 대용으로, 또는 옷이나 신발, 나아가 물기가 있는 음식을 담는 그릇까지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 교감은 20년 전 ‘옛날에도 일요일이 있었나요?’라는 책을 펴내 주목을 받은 역사 대중화의 원조 스타다. 그전만 해도 역사는 어렵고 딱딱하다고 여겼으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역사와 접목해 대중들의 의식을 높여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서민 생활사를 연구해 MBC와 EBS 등 공중파 방송에서 역사전문가로 활약했고, 본지에도 30회 분량의 역사이야기를 연재한 바 있다.
이 같은 대중화 노력은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수업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결된 연구결과다. 교내 곳곳에도 그가 역사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30년 전 부임 당시 학생 과제로 고장 유물을 제출하게 해 유리관에 전시한 것만 2500점이나 된다.
민 교감은 "학생 포함, 일반인 독자들에게 쉬운 역사를 만나게 하기 위해 생활사 중심으로 글을 써왔다"면서 "학생들이 역사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하고 지루해 하기에 이론서 중심의 어려운 역사가 아닌 쉽게 접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가오는 5월초 연휴에 가족끼리 꽃놀이와 유적지 탐방을 함께 할 수 있는 ‘역사여행’을 제안했다. 그는 "시간이 넉넉하면 3박4일 동안 동해, 서해, 남해 중 한 곳의 해안도로를 따라 관광하면서 조상의 얼이 담긴 유적지를 돌아보고 향토음식과 문화를 즐기면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