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아이가 왕따인데 어떡하죠?"

2017.05.08 09:56:04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제자의 전화 상담

5월 4일 목요일. 개교기념일. 늘 수면 부족으로 아침마다 잠과의 전쟁을 벌였는데 오랜만에 단잠을 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언제부턴가, 수면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잠자기 전 항상 휴대폰 전원을 꺼놓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아침에 깨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휴대폰 전원을 켜고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늘 그랬듯이, 일어나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확인했다. 휴대폰의 전원을 켜자, 액정 위에는 여러 통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띈 것은 '부재중 전화 5통'의 알림 문자메시지였다. 확인 결과, 모르는 전화번호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처음에는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모르는 전화번호라 그만뒀다.


잠시 뒤, 부재중 받지 못했던 그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에는 스팸이라 생각하고 받지 않으려고 했으나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내 목소리에 중년의 여성 목소리가 휴대폰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선생님, 저는 ○회 졸업생 ○○○입니다. 기억나세요?"
"누구라고요?"


상대방이 졸업생이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으나 도무지 그 졸업생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얼굴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전화상의 목소리만으로 제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잠시 휴지(休止)가 흘렸다. 그러자 제자는 학창시절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Episode)를 말하며 내가 본인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사실 졸업한 지 워낙 오래된 제자라 그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내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이제 나이가 40대 중반이 다된 제자는 두 아이(1남 1여)가 초등학생인 학부모이기도 했다. 제자는 졸업한 뒤, 그간 지내온 세월을 전화상으로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특히, 남편과 두 아이에게 큰 자부심이 있었다.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은사(恩師)인 내 생각이 났다며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제자가 전화를 건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제자는 오랜만에 연락된 선생님에게 죄송하다며 조심스레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제 아이가 왕따인데 어떡하죠?"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학교서 왕따를 당해, 학교 가는 것을 꺼린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제자는 물었다. 그리고 이 문제로 담임 선생님과 상담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해본 적이 있는 제자는 아이의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제자는 이야기하면서 연신 울먹였다.


우선, 제자에게 알고 있는 전문 상담가를 소개해 주고 연락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연휴를 이용하여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 외에도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방법 여러 가지를 일러주었다. 내 말에 제자는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조만간 꼭 찾아뵐 것을 약속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난 뒤, 문득 제자의 학창시절이 생각났다. 친구로부터 왕따를 당해 하마터면 학교를 그만둘 뻔한 제자를 간신히 졸업시켰다. 그런데 아이의 왕따 문제로 제자가 전화할 줄은 몰랐다. 한편,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나를 잊지 않고 고민 상담을 해달라며 전화해 준 제자가 고맙기만 했다. 우선, 제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제자의 고민이 빨리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