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같은 이야기를 하나 할께요.
옛날 지금부터 60년쯤 전 어느 시골학교에 어느 선생님이 부잣집의 초대를 받아서 저녁을 먹게 되었답니다.
이 무렵에 우리나라에서는 전기가 귀하여서 도시의 부잣집에서나 전기를 섰을까 일반 사람들은 전기 구경도 하기 어렵던 시절이었답니다. 순전히 구식으로 가마솥에 나무를 때어서 밥을 짓고 어둑한 호롱불 밑에서 상을 차려서 방안으로 들여 놓던 시절이었지요, 부엌은 방보다 거의 1m이상 낮은 곳에 위치하여서 밥사을 들고 방안에 들여 놓는 일도 쉽지가 않은 정도였지요.
이 무렵엔 보통 한 집안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 삼촌 작은아버지 등 한 식구가 적어도 10명이고 많은 집에서 20명에 가까운 대식구가 한 솥 밥을 먹으면서 살았지요. 그래서 부엌에서 밥을 푸는 담당자는 그릇 수를 잘 헤아리지 않으면 나중에 자기 먹을 밥은 없어지고 마는 경우가 흔할 만큼 일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었겠지요.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아서 할아버지께 수저를 드시면서
“자 먹자“
”선생님 이거 찬이 별로여서 잡수실 것이 없습니다.“
하시고 잡수시기 시작하자 온 방안에서는 수저를 들고 젓가락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수저로 밥을 뜨는데 뭔가가 수저에 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수저를 들고 밥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밥을 뜨게 되면 밥그릇에 들어있는 물건이 튀어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밥그릇 속에 행주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약에 여기서 이 행주가 튀어나오는 라이면 부엌에서 오늘 저녁밥을 푼사람(대부분이 며느리일 것입니다)이 얼마나 곤란할 것입니까? 곤란한 것은 뒤로 미루어 놓더라도 어른들께 얼마나 심한 꾸중을 듣게 되겠습니까? 이런 생각을 한 선생님은 수저를 들고 밥을 뜨기가 어려워서 밥을 먹는 척만 하고 있다가 어르신이 수저를 놓으실 무렵에 살며시 수저를 내려놓았습니다.
실제로 밥은 전체의 1/5도 안 잡수시고 수저를 놓으신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진지를 안 잡수시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십니까? 실하게 잡수셔야 힘을 쓰시지요?”
할아버지께서 말씀을 하셨지만 선생님은
“오기 전에 약간 요기를 한 것이 있어서 그럽니다.”
하시면서 상을 물리게 하셨습니다. 간신히 상을 물리고 나서 선생님은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돌아가시겠다고 나서셧습니다.
“거 괜히 귀찮게만 해드렸나 봅니다. 진지도 드시는 둥 마는 둥 하시고 이거 대접이 아닙니다.”
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잘 먹고 간다는 말씀을 거듭하면서 집을 나섰습니다. 사실은 저녁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파서 얼른 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집을 나서시고 부엌에서 밥상을 정리하다가 그만 깜짝 놀랄 일이 생겻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서 며느리 혼자서 부엌을 치우고 있었기 망정이기 정말 큰일이 날 뻔 하였습니다. 만약이 이 밥그릇을 시어머니가 보셨거나 다른 식구가 보았다면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며느님은 머리가 아찔하고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선생님이 잡수시다가 남기신 밥그릇의 밥을 비우려고 밥을 붓는 순간에 밥그릇에서는 밥이 아닌 행주가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만약에 선생님이 한 숫갈만 더 뜨셨으면 행주가 튀어 나오고 말았겠네.’
며느님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신령님 감사합니다.’
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만약에 이 행주가 튀어 나왔으면 우리 집의 체면은 무엇이 되었을 것이며, 그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할아버님은 얼마나 무안해 하시며 아버님이나 남편은 무슨 낯으로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있었겠는가?’
한없이 감사하고 한 없이 고마우신 선생님이십니다. 만약 선생님이 아시고 이렇게 남기셨다면 생명의 은인이시고 모르시고 남기셨다면 하늘이 돕고 신이 도운 일이라고 생각한 며느리 저녁 그릇을 어떻게 치웠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