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학 정보교과 필수, 교사·컴퓨터실 부족 ‘비상’

2017.05.29 13:42:09

서울, 전공교사 배치 12% 뿐
부전공·순회교사로 땜질 할 판
333개교는 컴퓨터실도 없어
교사 채용, 예산 지원 서둘러야

내년부터 중학교에 정보교과가 필수과목이 된다. 그러나 교사 충원, 컴퓨터실 마련 및 노후 기기 교체 등 시·도별로 준비가 미진한 상태여서 정상 수업이 가능할 것인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공립중학교 273개 중 정보교과 교원이 있는 학교는 34곳에 불과하다. 현재 내년부터 정보과목 운영을 희망하는 학교는 약 40%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교에 한 명씩 정보교원을 배치한다면 100여 명의 교원이 부족한 셈이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올해 15명의 정보교원을 선발했고 내년에도 15명을 뽑을 계획이어서 인력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도의 경우 공립 539개 중학교 중 정보교원은 230명, 인천은 공립 중학교 134개 중 정보교원은 28명, 대구는 91개교 중 35명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일선 학교에 ‘2018년도 이후 정보과목 편성 및 교사 확보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 부전공 연수 소요 자원 및 공립학교 신규임용 자원을 파악 중에 있다. 그러나 교원이 부족이 확실한 상황인 만큼 결국 타 교과 교사들이 부전공연수를 받거나 순회교사로 근무해야 할 수밖에 없어 현장 교원들 사이에 잡음이 커지고 있다. 
 
34시간이라는 시수 또한 혼란의 원인 중 하나다. 학급수가 작은 학교에는 교원이 1명까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정규교원을 배치하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시수를 68시간으로 늘리려면 다른 과목 시수를 줄여야하기 때문에 교사들 간 의견조율이 쉽지 않은 것이다. 
 
부전공 ‘눈치’를 받고 있는 서울 A중 B교사(가정)는 "정보 시수가 6시수밖에 안 돼 부전공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원하는 분이 아무도 없어서 누군가 희생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C중 D교사는 "정보교과 시수를 68시간으로 늘리면 다른 과목 시수를 줄여야하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갈등의 요인이 된다"며 "학교장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어떤 과목 교사의 입김이 더 센가에 따라 시수가 달라질 수 있어 모두가 예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E중 F교장은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라 정규교사 배치를 요구했는데, 만약 안 될 경우 지침에 따라 부전공연수자를 정하든 기간제교사를 뽑거나 순회교사를 활용하는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부전공 연수를 원하는 분도 없는 것 같고, 기간제 교사 선발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교육청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도 교육과정의 변동성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몇 학교가 정보교과를 운영할 것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정확한 교원 수급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도 "지난해 10명, 올해 7명을 충원했고 학급수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부전공 교원을 활용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정규 교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컴퓨터실 마련과 노후기기 교체 예산 부족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컴퓨터 실습실이 없는 학교는 전국 333곳으로 전국 1만1563개 초·중·고교 중 2.8%에 해당한다. 현재 서울시내 중학교 384곳 중 약 5%인 20여 곳은 공간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 컴퓨터실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  보급된 1만3000여 대의 컴퓨터 중 내년이면 5년을 넘기는 컴퓨터가 과반 수 이상이다. 고장 난 채 방치돼 있거나 최신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는 낮은 사양의 컴퓨터로 ‘코딩’ 등 최신 교육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추경을 4~5억 원 정도 확보해 컴퓨터실이 없는 학교들이 학교운영비에 교육청 예산을 일부 더해 내년까지는 완전히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수나 교원 수급 등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철(고려대 교수)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은 "부전공연수는 방학 2달 동안 대학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몰아쳐서 배우기 때문에 이론 위주인데다 수업만 들으면 자격을 다 갖출 수 있어 수업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교육부차원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총 정원 중 정보교과 교원을 일정 수준 뽑을 수 있도록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또 "박경미 의원실이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인 과학·수학·정보 교육 진흥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정보교과도 실습실이나 기자재와 관련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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