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명당자리에 앉을 기회를 주세요!”

2017.06.15 09:06:15

획일적인 자리 배치 탈피, 자리 배치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학기 초. 담임 선생님의 고민 중 하나가 아이들의 좌석배치일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마다 아이들의 자리 배치 기준이 달라 이것으로 아이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가 있다. 모호한 자리 배치는 아이들에게 혼선을 줄 뿐만 아니라 학습의욕을 떨어지게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월요일 3교시 2학년 ○반 영어 시간을 앞두고 한 여학생이 부리나케 나를 찾아왔다. 그 여학생은 마치 무슨 일이 생긴 듯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금 끝난 자리 배치 제비뽑기를 잘못해 부득이 맨 뒷자리에 앉게 됐다며 수업시간 앞자리에 앉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더군다나 시력이 좋지 않아 필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 자리 배치에 대한 아이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임들이 주로 선택하는 방식 중의 하나가 제비뽑기다. 그러나 이 제비뽑기 자리 배치의 취약점은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선의의 피해를 본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말하는 교실에서의 명당자리는 가운뎃줄 두 번째 자리다. 아이들의 말에 의하면, 그 자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제일 잘 들리고 칠판 글씨 또한 잘 보여 모든 학생이 선호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당첨될 확률은 희박하다. 심지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 아이들은 선의의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일단 자리 배치가 정해지면, 아이들은 다음 자리 교체 시기까지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수업을 받아야 한다. 신경이 예민한 아이 중 일부는 수업시간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자리 교체를 일찍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 담임교사의 입장이다.


이와 같은 자리 배치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자율 좌석제를 시행해 보는 것도 괜찮다. 다시 말해, 담임 선생님이 정해준 자리에 앉아 수업을 받기보다 매시간 학생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수학이 부족한 학생은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짝이 되어 수학을 배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은 학습의욕이 왕성해 지고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게 된다. 더군다나 시력이 좋지 않은 아이들도 자리 교체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자율 좌석제는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아이들 간 위화감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토론식 수업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자율 좌석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하며 이것을 역이용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수업 분위기가 안정될 때까지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리배치가 아이들의 학습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자리배치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을 위한 선생님의 작은 배려가 아닌가 싶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