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가장 아끼는 책들을 소개한 책이다. 그는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남들이 제시한 답에 집착하기보다는 새로운 질문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더 큰 차원의 통찰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한때 내가 사람보다 더 사랑했던 책들, 여러분을 그 책들로 유혹하려고 한다." 고. 본질을 꿰뚫는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보다 깊게 생각하고 반대로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저자에게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준 세계가 바로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모두 저자에게 참신한 영감의 원천을 제공한 것들이라고 소개한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사람보다 더 사랑한 책들이라는 책날개가 나를 유혹했다. 내 질문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아득한 유년의 어느 날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던 날, 나의 첫 질문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예닐곱 살 어린 소녀에게 다가온 사랑하는 강아지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사흘 동안 밥 먹기를 거부하고 울었던 그 날의 질문은 그 후로 오래도록 내 삶을 흔들어 왔다. 나도 우리 집 강아지처럼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죽음 뒤의 존재를 생각하는 습관은 계속되었으니!
그 죽음이 두려워서 종교에 의탁했던 오랜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지천명을 넘긴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은 어떤 종교도 철학이나 과학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고 이제는 그 오랜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순응하며 살 뿐이라는 단 한 문장을 얻었다. 단 한 번뿐인 생명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넘치는 건강 음식과 의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의 숙명은 정해져 있으니!
언제부턴가 그 질문은 다시 죽음 이후로 바뀌었다. 나를 아는 가족들과 친인척, 동료 선생님, 제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나'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와 의미를 생각하며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하며 살 것인지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보니 읽는 책도 질문의 방향을 따라 변해가고 있다. 내가 얻은 결론은 단 하나다. 삶과 죽음은 같다는 것! 삶의 그림자가 곧 죽음이라는 것을. 씨앗을 보면 그 열매를 알 수 있고 열매를 보면 그가 살아온 여정을 짐작할 수 있듯, 삶은 그렇게 거창한 것도, 죽음이 또 그렇게 무겁지만도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라서 좋은, 이 책 속에 소개된 또 다른 책들을 찾아 읽으며 저자에게 감사하는 중이다. 좋은 친구는 그가 가진 친구를 만나는 선물을 안겨주듯 책 속의 책을 만나는 기쁨도 그러하다.
여름방학을 기다리며 다시 질문하는 삶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책은 새로운 세상의 지평을 열어주는 최상의 도구이고 질문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 반 아이들처럼 싱싱한 생각을 하기 위한 최선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느낌표를 '궁금표'라고 표현하는 1학년 아이의 신선한 시각에 깜짝 놀라며 감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늘 감동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감동 호르몬으로 알려진 다이돌핀은 엔돌핀보다 4000배의 힘을 지닌 강력한 항생물질이자 감동호르몬이라고 한다. 그 다이돌핀을 돌게 하는 데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감탄하기, 좋은 음악을 듣기,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행복한 교감,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진리를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팁을 선물한 책이라서 행간을 더듬으며 다시 찾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을 만들듯 내가 읽은 책들이 내 생각의 씨앗이 된다. 다시 그 생각은 정신의 에너지가 되어 나를 끌고 가는 엔진이 된다. 생명과학자들의 책을 보면 우리 인간이 깊은 몰입 상태에 이르면 25와트 정도의 전기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깊은 몰입 상태에 이르게 하며 진리를 깨닫게 하는 책은 생각의 열매는 행동으로 발현될 수 있으리라.
산다는 것은, 질문하는 일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질문! 인간만이 그 질문을 찾아 여기까지 발전해왔고 발전해 갈 것이다. 질문의 힘과 방향성이 한 인간의 역량이고 발전의 동력이 되어준다. 더 지평을 넓혀가면 그 질문이 철학과 종교, 과학을 넘어 모든 학문의 시작이다. 질문을 향한 '시선'이 머무는 곳이 바로 인간의 가치를 가늠하는 자가 되리라. 이 책에 소개된 『신의 위대한 질문』의 저자 배철현은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시선이라고 정의하여 눈길을 끈다. 그 특별함을 찾아내는 시선이 다이돌핀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닐까? 개미 한 마리, 꽃 한 송이에 담긴 위대한 질문을 찾아내는 일이니!
지옥은 다름 아닌 타인들이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가 했을 만한 말이다. 쇼펜하우어는 우리 인간의 본질적 문제는 타인과 외로움을 동시에 두려워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 더 이상 자유로운 자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고 혼자가 되는 순간, 나의 자아는 외롭다. 함께는 괴롭지만 혼자는 외로운 게 인간의 조건이기에, 쇼펜하우어는 '함께 혼자' 살기를 추천한다. 외롭지 않을 정도로 함께 가지만 '인생'이라는 길은 결국 나 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29쪽
니콜라스보스트룀교수는 인간을 멸망시킬 수 있는 신종 전염병이나 혜성 충돌 같은 대재앙들 가운데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서 '초지능 인공지능을 꼽는다. 그보스트룀은 질문한다. 만약 AI가 AGI (범용적 인공지능 )로 진화한다면 바둑 알파고, 수학 알파고, 철학 알파고뿐만 아니라 '자율성 알파고'도 등장할 수 있다. 마스터 학습 알고리듬을 통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식하는 기계는,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왜 자신이 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하느냐고. 왜 기계는 기계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없느냐고. 보스트룀 교수는 기계가 언젠가 질문할 수 있는 이 위험한 질문에 우리가 먼저 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기계는 무엇을 원할까? 왜 기계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가? 왜 인간은 존재해야 하는가? 이 거대한 질문들어 답할 수 없다면 , 우리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말이다. -84~85쪽
다른 세상을 향한 비밀의 문을 열게 하는 책, 이 책은 그 출입문을 열 수 있는 또 다른 책을 만날 수 있는 키(Key)를 손에 쥐어 준다. 물론 들어가는 것은 독자의 선택이지만. 김대식 교수가 책 속에서 소개한 『신의 위대한 질문』을 찾아 여름방학의 문을 열며, 질문하기를 즐기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해 올린다. 부디 다이돌핀을 만나는 멋진 여정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