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에 주사투약행위 부과법 논란

2017.08.03 13:52:24

학교보건법 개정안 발의…저혈당·알러지 쇼크 등에 주사

시행령서 대상질병 정하게 해
교원들 "주사 범위 너무 넓고 
면책 조항 모호해 제기능 못해"

보건교사가 학교에서 주사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질병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열어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제1형 당뇨(인슐린 의존형)나 아나필락시스 쇼크(특정식품 알러지 쇼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병으로 생명이 위급한 학생에게 미리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보건교사가 투약(주사처치)행위 등 응급처치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그러나 보건교사들은 개정안이 의료법 등 다른 법과 상충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 A초 이 모 보건교사는 "의사의 지도 없이 간호사인 보건교사가 투약을 하는 것은 의료법의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응급의료법 상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은 일반인의 응급처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의료인인 보건교사는 적용받을 수 없게 돼 있어 개정안과 서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서울 B중 김 모 보건교사는 "생명이 위급한 학생을 구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 하지만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에 따라 진료보조를 하게 법에 명시돼 있다"며 "개정안에 명확하게 보건교사의 투약행위는 의료법 27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두지 않는 이상 다른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이 소아 당뇨 환자의 인슐린 투약 등을 돕기 위해 보건교사가 학생의 투약행위를 지원, 보조토록 하는 법안을 낸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이같은 법안이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국회 입법조사관 검토의견이 제시됐다. 소아 당뇨의 경우 투약 용량에 더 예민해 투약의 지원이나 보조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 경험을 요하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나온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교사들은 투약대상 질병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또 면책 조항이 실질적으로 보건교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C초 이 모 보건교사는 "질병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면 나중에 그 대상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간호사의 면허 범위가 아닌 예외 영역을 더 넓히는 것으로 의료법의 체계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약 질병의 범위를 제1형 당뇨환자의 저혈당 쇼크 시 글루카곤 투약, 아나필락시스 쇼크시 에피네프린 투약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도 이같은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노 모씨는 "법안의 취지는 저혈당 쇼크로 인한 글루카곤 투약을 말하고 있지만 법 조항만으로는 인슐린 투약까지도 해석될 수 있다"며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질병이 너무 광범위해져 당초 취지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모씨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 결국 보건교사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투약으로 인한 또다른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의료장비나 약품이 구비되지 않은 학교에서 투약하는 것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에 보건복지부에서 어린이집 간호사의 인슐린 투약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한 바 있어 다른 법령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질병의 범위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부분을 법에 세세히 담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로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이 적합하고 저혈당쇼크, 아나필락시스로만 한정하는 것은 다른 질병을 가진 학생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밝혔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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