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소화를 시킬 요량으로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운동장에는 초등학생 몇 명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 벤치에는 방금 운동을 마친 어른 여럿이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어른의 몰지각한 행동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았다.
학교가 금연 건물인데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어른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더군다나 운동장 여기저기에 초등생도 많은데. 담배를 피우고 난 뒤, 어른들은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자리를 떠났다.
잠시 뒤, 운동을 마친 아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어른들이 쉬었다 간 벤치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행동이 다소 수상쩍어 보였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이들은 조금 전 어른들이 피우고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주워 피우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주변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장난을 쳤다. 순간,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는 생각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아이들은 피우던 담배를 감추며 내 눈치를 살폈다. 아이들이 그나마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잘못을 꾸짖기보다 타이르기 위해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내 신분을 밝히고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물었다. 우선 담배를 언제부터 피우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대부분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단순히 호기심에 피우게 된 담배가 6학년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담배 구입 방법으로 아버지 담배를 몰래 훔쳐 피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학교 선배를 통해 담배를 구입하는 아이도 있었다.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사는 것 자체에 부담 느낀 아이들이 선택한 것이 어른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를 주워 피운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해본 적이 있느냐의 질문에 아이들은 시도를 해보았으나 쉽지 않다며 때늦게 후회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가능한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하겠다며 오늘 일을 학교와 부모에게 이르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알고 있는 금연 교실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아이들의 이 다짐이 잘 지켜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담배를 끊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아이들의 마음에 동정심을 느껴졌다.
최근 청소년의 흡연율이 늘어난 데는 기성세대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자라겠는가. 더군다나 아이들의 흡연을 남의 일인 듯 방관하는 어른의 무관심도 문제인 듯싶다.
따라서 어른들은 가급적 아이들 면전에서 흡연을 삼가고 무작정 아이들의 흡연을 막기보다 흡연으로 생기는 부작용이 무엇인지 분명히 일러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