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줄이기 위해 공교육에 믿음 줘야!

2017.09.20 09:09:53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제2교시 2학년 ○반 영어 시간. 아이들의 출석 점검을 위해 교실을 둘러보았다. 수업 시작 전, 그 누구 하나 엎드려 있거나 딴짓을 하면 수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름대로 방식이었다. 그래서일까? 매시간, 수업 시작 전에 엎드려 있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로 아이들의 수업 참여가 여느 때와 달라 보였다.


수업을 시작한 지 십 분쯤 지났을까? 한 여학생의 이상한 행동이 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 여학생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여학생의 노골적인 행동에 신경이 거슬렸다. 그래서 그 여학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가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자, 그 여학생은 마치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교과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어 교과서 밑으로 살짝 삐져나온 또 다른 책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영어 교과서를 펼쳐 놓고 내 눈치를 보며 실질적으로 다른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녀석의 이런 행동에는 분명 말 못 할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개인 과외를 통해 이미 영어 시험 범위까지 공부를 다 마친 상태라 다른 과목을 공부한 것이라고 했다. 녀석이 가끔 수업시간 엎드려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사교육을 통한 선수(先手) 학습이 학교 수업을 지루하게 만든 이유가 아닌가 싶었다.


얼마나 많은 아이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중 아이들이 사교육을 제일 많이 받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그리고 영어는 내신 성적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주당 3회 이상 사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매일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사교육비로 매월 약 3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아이들이 한 달에 4회 정도 국어 논술을 하고 있었으나 그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정시를 준비하는 일부 아이 중, 과학 관련 과목(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명과학)을 과외로 공부하고 있었다.


과외를 받는 아이들 대부분이 개인 과외를 받고 있었으나 비싼 과외비 때문에 거주지와 가까운 동네 교습소에서 과외받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아이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대체로 수업 참여도가 높고 집중력 또한 뛰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과외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위 4%에 해당하는 한 아이의 공부비결은 다름 아닌 수업시간이었다. 학교 내신은 모의고사와 달리 수업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구태여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아이의 말이었다. 그리고 모르는 내용은 학교 선생님을 통해 해결한다고 하였으며 체계적인 자투리 시간 활용도 이 아이의 공부비법 중 하나였다.


반면 국어 과목을 제외한 영어와 수학, 과학 과목 일부를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한 아이는 수업시간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주 졸아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받을 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 아이는 내신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듯했다.


사교육 의존 없이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더러 있다. 이러한 학부모의 공통점은 공교육의 불신이다. 따라서 사교육을 줄이고 아이들과 학부모의 이러한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사교육과 차별화된 다양한 수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입시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주입식 수업을 지양하고 토론식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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