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너머로 글을 읽어 보던 딸아이가 한 마디를 한다.
“엄마, 나는 엄마의 글에서 이 부분이 참 좋아.”
“어디?”
“너는 다 좋은데 이건 안 좋다, 저건 안 좋다라고 지적하는 부분 말이야. 우리도 뻔히 그것이 칭찬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아는데 선생님들은 칭찬을 하시는 척 우리들을 질책하시거든. 그러면 정작 나는 과연 잘하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단 말이야.”
우리는 해마다 참 많은 아이들을 만난다. 그러나 가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그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미처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선의로 한 행동과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때로는 모질게 몰아친 행동이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 때가 있다. 앞서 내가 선의라고 생각했던 잔소리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알짜배기 선의로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반성문을 쓴다. 애초부터 반성문을 쓸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20년 가까운 교직 생활에도 늘 이리 깨지고 저리 깨진 후에야 뒤늦게 잘못을 깨닫게 되는 까닭이다. 이럴 때 아이들은 먼저 손을 내밀어 옹졸한 나를 더욱 미안하고 부끄럽게 만들어 버린다. 오히려 아이들이 교사인 나를 성장시키는 셈이다.
어느 순간 이만하면 훌륭한 교사라는 자만에 빠졌었다. 이번 교단 수기 공모전은 이런 자만심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그리고 낙엽을 보며 석이와 같은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런 좋은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에 대해서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