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장학사를 쫓아낸 한마디 '와! 지독한 대머리다!'

2017.09.29 14:39:06

와! 벗어저도 너무 벗어졌다.

1974년 우리나라는 [완전학습]이론이 교육계를 휩쓸고 있었다.

 

'Bloom의 완전학습 모형의 特性 Carroll의 학교학습 모형을 바탕으로 한 Bloom1968의 완전학습 이론은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결정하는 변인변화요인과 학습에 사용한 시간을 결정하는 변인의 조정을 통하여 학습의 정도를 100% 달성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서울대학교 김호권 교수의 저서인 [완전학습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사서 숙독을 하였으나 어디까지나 학습이론을 소개하였을 뿐 실제 수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학습모형이나 수업모형도 없었다.

 

내가 근무하던 보성남 교에서는 1973년부터 이 학습이론을 학습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다보성군 시범연구학교로 지정을 받아서 완전학습을 학습현장에 적용하는 실제 사례를 만들어 내어야 하는 것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혹시라도 [완전학습]을 연구하는 학교가 있는지 찾아보아도 당시엔 인터넷도 없고 정보가 상당히 어둡던 시절이었으니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도 교육연구원이나 도교육청에서도 지정을 하였으나 특별한 정보를 구할 수가 없었다하는 수없이 우리는 직접 교수님께 연락을 하여서 수업 모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며 어떤 방법이 있을 것인가 하는 자문을 구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어느 학교에서도 이런 연구기 이루어진 곳이 없다면서 자신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지만아직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그러므로 연구의 진행 상황을 자신도 알고 싶으니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어서 우리는 학교 안에서 연구모임을 갖고 학습모형을 만들어서 연구수업을 진행 하면서 고쳐 가는 작업을 진행 하였다.

 

이런 연구에서 연구주무도 아닌 6학년 우리 반은 시범 수업반으로 지정이 되어서 1년 내내 수시로 연구 수업을 하였는데본교교사들을 상대로 연구 수업을 한 이래로 일반교사군내교사도 연구학교담당교사도 장학사를 상대로 하는 수업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연구수업을 하여야 했다.

 

연중 약 30여회의 연구수업을 하였으니 거의 매주 연구수업을 해야 할 정도 이었고 아이들도 나도 지쳐 가고 있었다물론 이런 정도로 잇달아 연구수업을 하다 보니학습내용을 완전학습할 수 있는 게 아니라수업방법을 완전히 익힌 상태가 되었다다시 말해서 완전학습 연구수업방법을 완전 학습한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어느 날이어지는 공개수업 때문에 교과진도가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여서 시간표를 무시하고 국어 시간인데 우선 산수 진도를 맞추느라고 산수 공부를 한참 하고 있는데 교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도 장학사님이 완전학습 수업을 보시고자 오셨으니 수업을 보실 수 있게 하십시오.”하는 연락이었다.

오늘은 도장학사님께서 우리 수업을 보시기 위해 오신단다얼른 산수책 집어넣고 시간표대로 국어 준비하자오늘 수업은 완전학습이니까 너희들 지금까지 해온 방법으로 진행 하는 거야잘 할 수 있겠지?”

 

 

문제없어요.”

 

아이들은 이젠 누가 와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국어 시간이 되면 담임인 나는 당시의 학습 방법대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확인을 하는 학습 방법이 아니고 학생들 스스로가 작은 집단 Buzz 학습으로 진행을 하는데 자기들 끼리 묻고 답하고 하여서 결론을 도출하여서 전체적으로 확인을 하는 단계에만 관여를 해주면 되었다.

 

담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어느새 책상을 Buzz학습형태로 만들고 언제 산수 공부 하였더냐 싶게 감쪽같이 국어 시간으로 바뀌었다.

 

나는 칠판에 이 시간의 학습 요점만 적어 놓고 뒷짐을 지고 분단 사이를 오가면서 자기들 끼리 토론의 모습을 지켜보고간단히 조언만 해주면 되었다.

 

순식간에 교과가 바꾸어진 교실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국어시간의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었고아이들은 활발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상황이 활발하게 진행 되고 있었다.

 

잠시 후 장학사님이 뒷문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여서 나는 간단히 목례로 인사만하고서 수업을 진행하였다장학사님이 교실에 막 들어서서 뒷문 앞에 있는 4분단의 학습 모습을 들여다보려는데장학사님이 고개를 숙여 아이들이 노트를 들여다보는 순간 정수리가 환히 드러났다정말 앞쪽에서 보니 환한 보름달이었다.

 

지독한 대머리다!”하고 옆 분단의 익살꾼 경식이가 피식 웃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큰 소리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던 아이들의 대부분이 들을 수 있는 정도 이어서 누군가가 킥킥 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수업을 하던 나는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여서 할 말을 잊었다.

 

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그렇다고 호명을 하여 나무라면 더 학습 분위기가 깨질 것만 같아서 안정부절하고 있을 때에 장학사님은 그만 그 소리에 자신이 학습 분이기를 망칠까 보아서 얼른 자리를 떠났다.

 

장학사님이 저만큼 가실 무렵쯤 출입문 가까이 있던 아이가 얼른 내다보고서는

장학사님 내려가 버렸다.” 하고 작은 소리로 알렸다.

 

어느새 아이들은 책상을 들고 본래 형태로 바꾸면서 국어 책은 집어 넣고 산수책으로 바꾸고 있었다.

 

이날의 공개 수업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공개수업 하는 요령을 완전학습 한 아이들의 모습은 학교 안에서 두고두고 이야기 꺼리가 되었었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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