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무대로 소설 '머나먼 산맥의 빛'으로 각광
"세상을 바라보는 눈, 사물을 보는 방법" 일본인이라 생각
작가의 원점 "어머니가 읽어준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시리즈"
스웨덴 아카데미는 10월 5일 2017년도 노벨 문학상에 일본계 영국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씨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는 BBC 방송 취재에 "위대한 작가들의 발걸음에 함께 하게 되어 최고의 명예이다. 본인은 수상을 예상을 하지 못했다면서 멋진 상을 받게 되었다"고 수상 소감을 말하였다.
이시구로씨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이번 수상 상금은 한화 13억원(엔화로 1억 2천500만엔)에 이른다. 그의 소설은 감정에 강하게 호소하는 것으로 세계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들의 환상의 그늘에 숨겨진 어두움을 밝힌 것이 수상의 이유다. 그의 작품은 전쟁 등 역사적인 기억과 생명윤리와 국제분쟁 등 시대성이 풍부한 테마를 멋지게 이야기로 유합시킨 창조력이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구로씨는 1954년에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해양학자인 아버지의 영국 부임으로 5살 때 영국에 건너가서 1983년 영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이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인간의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기억의 불확실성을 테마로 한 작품은 정경묘사가 세련되어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는 10대 시절 밥 딜런의 음악 등 미국문화에 빠졌다. 하지만 20대에는 다니사키준이치로를 만나 일본에 대한 창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도착적이고 관능적인 다니사키의 세계는 멀어져 자기답게 개인적으로 본격적인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는 창작을 배웠지만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일본어는 거의 이야기하지 못하며 작품도 영어로 썼다.
그는 1981년 단편소설로 대뷰하여 82년에 전쟁 후 나가사키를 무대로 한 소설 '머나먼 산맥의 빛'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일본에 대한 추억이 스며든 것으로, 영국 주재 일본인 여성이 예전 나가사키에서 생활한 것을 회고한 내용의 것이다. 89년에는 나이든 영국의 집사를 제재로 한 작품을 써서 영국 최고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후 "자신 마음 속에는 항상 일본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사물을 보는 방법의 대부분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이같은 작품 밑바탕에 있는 일본과 영국의 감정의 융합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주한 곳에서 현지의 언어를 사용하여 우수한 작품을 배출한 작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이구로씨의 수상을 통하여 글로벌 시대에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을 통하여 일관성이 있는 것은 생각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인생을 받아들이고 이를 이겨내는 주인공들의 강한 모습이다. 또한 그는 작품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그리고 싶었다. 작년 미국 가수 밥 딜런이 수상함으로 노벨 문학상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문학의 특징인 이야기가 풍부한 작풍의 이구로씨가 수상을 하게 되어 노벨 문학상의 원점으로 복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가의 원점이 된 것은 그의 어머니가 일본어로 읽어준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시리즈였다. 이를 보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어렸을 때 자라난 감정의 추억은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 가는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향,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어머니의 품 같은 소박한 삶의 토양을 잘 가꿔야 이같이 문학의 최고봉인 노벨상을 받을만한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사설은 이시구로씨가 나가사키 출신인 것을 강조하면서 일본에서 싹이 트고 영국에서 길러진 독자적인 감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출신 작가로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세번째 수상한 작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의 출신지 나가사키에서는 출판사 관계자와 시민들이 모여 축하하고 탄성을 자아냈다. 나가사키는 옛부터 국제성이 있는 곳으로 영국과 관계도 깊다. 시민들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의 작품을 읽어보겠다는 소감을 말하였다. 필자는 하카타에 있는 키노쿠니아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았으나 이미 품절을 알리는 멧시지가 찾는 사람들을 돌아가게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 이같은 수상을 접하면서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 작가들도 일본이라는 이국 땅에서 끈질기게 살아온 삶을 소재로 하여 노벨 문학상의 경지에 오를 날이 오기를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