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이게 뭐예요?

2017.10.12 10:47:26

보성남교의 별난 학생들은 날마다 읍내를 누비면서 궁금한 것을 찾아 묻곤 하는데, 소문이나서 귀찮아서 얼른 내쫓기기도 하고, 경찰서에선 항의 전화가 날아오고......

, , 저리가! 또 뭘 귀찮게 물으려고 그래?”

아저씨, 저게 무어예요?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은 어린이가 잘못한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는 이런 것 물어 봐 가지고 가면 학급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구요. 제발 가르쳐 주세요.”

그래, 또 뭘 알고 싶은데?”

저기 저거요. 지금 꼼지락거리는 거 그게 뭐예요?”

이거? 이건 우리 고장에서만 나는 조개인데, 이렇게 쏘옥 내미는 조개의 발이 마치 새의 부리 같이 생겼다고 새조개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 정말 그러고 보니까 꼭 새부리 같긴 하네요.”

그래, 이젠 알았으니까 비껴 주어야 나도 장사를 하지?”

네에, 감사합니다.”

아유 저 녀석들 도무지 어떻게 꼬치꼬치 묻고 따지는지 정신이 없다니까.”

어허허허, 자네도 당했구먼, 나도 아침에 한 아이를 만났다네. 저 아이들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 무엇이든지 저렇게 그냥 보아 넘기는 법이 없는 아이들인데.......”

글쎄? 어쩜 그 선생님이 누군지는 몰라도 바르게 가르치는 것 같기는 해. 아이들이 무엇이든지 알고 싶어 하고 모르면 물어보아서 알려고 하면 그게 좋은 거 아니겠어?”

맞는 말이야. 아 글쎄 날마다 집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은 모르는 것들을 저 아이들은 기어이 알아야 한다고 물어서 알려 주어야만 가니 귀찮기는 한데....”

읍내 시장 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두 아저씨는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시간이 다 지났으니 또 물으러 오는 아이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을 하면서 아이들 이야기를 나눈다.

 

자 오늘 5분 발표 시간에는 누가 무엇을 찾아가지고 왔을까?”

저요!”

저요!”

53명의 어린이들 중에서 3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손을 들고 자기 것을 발표 하겠다고 야단이 났다.

이 모습은 마치 어린 새끼 새들이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면서 덤벼드는 모습과 비슷하였다. 요즘에 Tweeter라는 SNS가 있는데, Tweeter라는 말이 짹짹거리다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반의 아이들의 모습이 그런 것인가 보다. 더구나 아이들은 길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짧게 간단한 상식을 아니 눈에 띄는 것을 찾아서 학급의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시간인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이 아침 5분 이야기는 아이들이 늘 보는 것이지만 잘 모르고 지내던 것들을 찾아서 알아가지고 다른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시간이다. 다른 반은 아침 자습시간이지만, 5학년 2반은 이렇게 자기가 조사해온 것을 알려주므로 해서 모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자 그럼 상주부터 발표해 볼까?”

, , 너희들 이발관 앞에 빨강, 파랑, 하얀 줄이 있는 간판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보았지? 그게 뭔 줄 알아? 그거 말이야. 아주 옛날은 이발사가 그 날카로운 면도칼을 가지고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도 겸했었단다. 그래서 빨강은 동맥, 파랑은 정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더라.”

! 그럼 하얀 색은 뭐라니?”

어어? 그건 안 물어 봤는데?”

, 하하하하!”

그래, 수고했어. 그런데 하얀 색은 무엇인지 다시 물어 보아서 알려 주어야겠네?”, 내일 다시 알려 줄게.”

다음은.... 그래, 오늘 처음 손을 들었는 것 같은데 경식이!”

. 저는 안 시켜 줄줄 알고 손을 들었는데......”

그럼 조사도 안하고 손들었단 말이야?”

아니요. 발표 할 거예요. 나는 아침에 시장에 오다가 이상하게 생긴 조개를 보았거든, 물으려고 하니까 귀찮다고 가라고 내쫓지 않아. 또 무얼 물으려고 그러냐고....”

얼른 이야기해 서론은 접어두고....” 반장인 영길이가 독촉을 한다.

, 조개를 보니 이상하게 생긴 것이 삐죽하게 나와 있어서 물어 보았지. 새조개라고 알아? 삐죽하게 나온 것이 조개의 발이라는데 그것이 새부리 같이 생겼다고 새조개라고 한다고 그러시더라.”

에이, 새조개도 몰랐어?”

, 그럼.....” 그 때 학교 방송을 통해서

“5학년 2반 강선생님, 빨리 오셔서 전화 좀 받아 보세요.” 하는 방송이 나왔다.

자 그럼 반장이 나와서 좀 진행을 하겠니?” 하고 선생님은 교무실로 달려 나갔다.

, 전화 바꿨습니다. 보성남교 교사. 강영준 입니다.”

“5학년 2반 선생님이십니까? 여기 경찰서 인대요.”? 경찰서 라구요?”

네에, 놀라시지 마시고 들어 주세요. 선생님이 요즘 아이들에게 의심스러운 것은 물어서 알아오게 하신다면서요?”

, 아이들이 궁금한 것들을 알아가지고 와서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시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에, 그거 좋은 일이신데요.”

"."

요즘 아이들이 경찰서에 와서 묻는 것은 좋은데, 너무 꼬치꼬치 물어서 정말 알려 주어서는 안 되는 비밀 사항이 있지 않습니까? 경찰은 몇 명이나 되고, 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데, 그건 알려주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기어이 알려달라고 졸라서 진땀을 뺐습니다.”

, , 죄송합니다. 아이들이라서 몰라서 그런 것이니까 주의 시키겠습니다.”

잘 타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못 알려 주어서 미안하다구요.”

, 알겠습니다. 귀찮게 해드려서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좋은 공부를 시키시는데요 뭐,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자 교감 선생님이 묻습니다.

? 무슨 일이야? 경찰서라고 했잖았어? 누가 사고 친 거야?”

아니에요. 안심하십시오. 우리 반에서 운영하는 아침 활동 시간에 궁금한 것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경찰서에 가서 알려 줄 수 없는 것까지 꼬치꼬치 물었던 가 봅니다. 그래서 못 알려준 까닭을 이야기 해준 거예요.”

난 또 무슨 사고 쳤나 하고 조마조마 하였지.”

이 날 아침엔 아이들에게 그 경찰 아저씨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누가 그렇게 물었는지 알아보았다. 역시 똑똑한 반장과 단짝 친구 웅진이의 짓이었다.

그래? 알려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 하면 그렇게 알아야지 더 물으니까 경찰 아저씨가 몹시 난처하셨던가보구나. 군사비밀이라는 것이 있지 않니? 다른 기관에 가서라도 그런 것이 있는 법이거든 앞으로 그런 것은 조심을 하여야 하는 거야. 너무 자세한 것을 물으면 안 가르쳐 주시거든 그것은 말하기 어려운 사실이구나 하고 그쳐주어야 할 거야. 계속 물으니까 너희들이 오면 미리 가라고 그런다고 했었지?”, 우리가 가면 또 무얼 물으려고?’ 그래요.”

그래 너무 귀찮게 하면 이제 너희들에게 안 가르쳐 줄 거야. 조심들 하자?”,” 선생님은 이제 아이들이 오늘 아침 일 때문에 이젠 조금은 조심스럽게 해 주리라 생각을 하니 안심이 되었다.

이 아이들은 좀 색다른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쓰는 공책부터 달랐다. 공책을 반으로 접어서 반쪽에만 선생님이 적어준 것을 적었다. 나머지 반쪽은 그날 복습을 하는 노트이다. 날마다 그날 공부한 것을 잘 보고 다른 반쪽에 그것을 문제로 만들어 가지고 가야 선생님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1973. 4.25

* 우리나라에 들어 외래 식물

0 재래종이 못 살게 만든다.

0 외래 식물이 자라면서 땅이 변한다,

0 번식력이 강해 온통 퍼져간다.

 

* 종류

0 돼지풀·도깨비바늘·개망초·실망초·

개쑥갓·큰방가지똥·서양민들레

 

1,외래 식물이 퍼지면 안 되는 이유는?( )

(1)재래종이 잘자란다. (2) 땅이 변한다. (3)번식력이 강해서 (4) 재래종이 사리진다.

 

2. 다음 중 외래 식물이 아닌 것은?( )

(1)개망초 (2) 노랑민들레 (3)흰민들레

(4) 실망초

 

 

 

 

 

 

노트 정리

 

1973. 4.25

* 우리나라에 들어 외래 식물

0 재래종이 못 살게 만든다.

0 외래 식물이 자라면서 땅이 변한다,

0 번식력이 강해 온통 퍼져간다.

 

* 종류

0 돼지풀·도깨비바늘·개망초·실망초·

개쑥갓·큰방가지똥·서양민들레

 

 

복습 문제내기

1,외래 식물이 퍼지면 안 되는 이유는?( )

(1)재래종이 잘자란다. (2) 땅이 변한다. (3)번식력이 강해서 (4) 재래종이 사리진다.

 

2. 다음 중 외래 식물이 아닌 것은?( )

(1)개망초 (2) 노랑민들레 (3)흰민들레 (4) 실망초

이렇게 노트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복습을 안 하면 당장 노트의 반쪽이 비어 있으니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데는 또 한기지 이유가 있어서라고 하셨다.

그냥 읽는 것은 확인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시험문제를 만든다는 것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라 하셨다.

아침에 하는 5분 이야기와 이런 노트 정리 방법은 선생님이 일일이 가르치고 외우게 하는 방법이 아닌 자기가 스스로 공부를 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내가 알고 싶어서 알아보는 것과 가르쳐서 아는 것은 우리가 아는 정도가 달라진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 주고 부지런히 외웠더라도, 그것이 내가 꼭 알고 싶어서 조사하여 알아낸 것에 비하면 1/10도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지식이 되는 것이라는 게 선생님의 주장이시다. 그래서 뭐든지 스스로 알고 싶어서 기어이 알아보려고 해서 아는 것이 가장 좋은 지식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어이 노트 정리를 한 것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 달 쯤 하고 나니까 이제는 노트 정리를 하면서 벌써 문제가 눈앞에 훤히 다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시험을 볼 때 시험문제가 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달에는 내가 만들었던 무제가 10개쯤이나 나왔으니 시험이 어려울 리가 없었다. 시험이 염려가 되고 걱정이 되던 것이 이제는 시험에 내가 만든 문제가 몇 개나 나올까 하는 생각에 기다려지기까지 하게 되었다.

이젠 책을 읽으면서

아 이게 가장 중요한 요점이구나.’

이 거 문제를 만들면 이렇게 만들면 되겠구나.’

! 이거 문제를 만들면 이렇게 잘 틀리겠구나.’

이런 정도로 훤히 내다보이는 것이었다. 이젠 내 힘으로도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시면서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이젠 너희들은 옛 어르신들의 말씀에 의하면 문리<文理: 공부의 이치>가 터졌다고 한단다.” 하시면서 이젠 스스로 공부를 하는 힘이 생긴 거라고 하셨다.

정말 그런 것일까? 이젠 공부하는 것이 재미나고, 시험이 겁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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