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개 공립 단설유치원에 보건 전문인력 단 41명뿐

2017.10.12 13:02:11

광주 10명, 세종 31명…15개 시도교육청은 전무
200명 이상 유치원엔 5%만 배치…안전 사각지대

서울 A단설유치원장은 최근 계단에서 넘어져 입술과 치아를 다친 만4세 원아 때문에 진땀을 뺐다.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몰라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B단설유치원 C교사는 다리에 상처를 입고 등원한 아이를 데리고 현장학습을 나가며 걱정이 돼 밴드를 붙여줬다 곤혹을 치렀다. 뭘 안다고 누구 맘대로 붙였느냐는 학부모 항의에 얼굴을 붉혀야 했다. 이 교사는 “보건교사나 간호사가 붙였다면 그랬을까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전국 351개 공립 단설유치원에 배치된 보건 전문인력(보건교사, 간호사)이 4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마나도 광주(보건교사 10명), 세종(간호사 31명)에만 있고 나머지 15개 시도교육청 관내에는 전무해 유아들이 건강·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단설유치원 보건인력 배치현황’(2017년 3월 1일 기준)에 따르면 보건 전문인력이 배치된 곳은 불과 11.6%에 그쳤다. 10곳 중 9곳은 원장·원감, 행정실무사 등이 돌볼 수밖에 없는 형편인 셈이다. 그것도 광주·세종에만 배치돼 있고 가장 많은 76개 단설유치원이 있는 경기를 비롯, 경남(24), 충북·강원·전남(각 23), 서울·충남(각 21) 등 15개 시도에는 보건교사, 간호사가 전무했다. 
 
특히 원아 수 200명 이상인 단설유치원 40개소 중에서는 단 2곳만 배치돼 있고, 학급 수 15개 이상인 대형 단설유치원 9곳에는 보건 전문인력이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현행 유아교육법 제20조에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을 둘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교육청들은 정원·비용 등의 문제를 이유로 배치에 소극적인 상태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무교육기관이 아니고 배치도 의무규정이 아니라 그런 측면이 있다”며 “배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나 질병 예방 등에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치원 안전사고는 2015년 7722건, 2016년 761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 위원장은 “유치원 안전사고의 90% 이상이 원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전문 보건인력 확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엄미선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은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다치고 아픈 경우가 많은데 응급처치 등 적절한 대응을 위해 보건교사, 간호사 같은 전문인력이 꼭 필요하다”며 “유아교육법도 개정해 보건교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철 기자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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