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못하는 교사… 말문을 닫은 학생

2017.12.01 09:00:00

말은 하고 있지만 전달은 안된다?

학년 말은 교사들에게 무척 힘든 시기이다. 특히 몇 해 전 6학년 담임을 맡아 운영할 때 이 시기를 무척 힘들게 보냈다. 교실에서 친구들 사이에 서로 놀리고 툭툭 치는 일부 아이들의 행동이 반복되었다. 따로 불러 주의도 주고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반복되는 문제행동에 녹다운되고 말았다. 말은 하고 있지만 전달되지 않았고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나 혼자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교사로서 무척 자괴감이 들었던 기억이다. 돌이켜보면 모두 소통 부족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유투버들의 은어를 이해하는 것만이 소통하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새롭게 창조되는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단절을 만든다. 또한 소통은 대화 당사자 간의 공감과 이해의 과정인데 문제해결에 교사의 입장만을 너무 앞세워 일방적인 지시를 했던 것이 학생의 반항심만 불태우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의 문제는 어디에 서 일어나며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서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의 문제 원인

먼저 양 주체 간 소통의 불협화음은 각자 경험한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다. 상대적으로 관료적인 문화 속에서 주어진 많은 것들을 받아들여야 했던 기성세대와 스마트폰 속의 유투버들과 소통하며 그들만의 창조된 언어를 사용하는 지금의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이전 세대들에게는 ‘요즘 아이들은 자유분방하고 심지어 이기적이다’라는 인식을 하게 한다.


둘째로 교사는 교사양성과정에서 학생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지 못한다. 수업내용과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학생과 관계를 어떻게 맺고 이어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양성과정에서 이에 대한 내용은 매우 미약하다. 교사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살아온 방식대로 학생들과 만날 뿐이다.


셋째로 학교에서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철저히 지식위주의 교과 내용을 습득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교사의 재량을 많이 강화했다고 하지만 진도 나가기 급급한 현실 속에서 학생과의 소통은 요원하기만 하다.


소통의 바람직한 자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정치에서도 큰 이슈가 될 만큼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은 환영받지만 위계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은 저항을 받는다. 교실 또한 다르지 않다. 민주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과거와 같이 교사의 말을 수용하기만 했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 간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까? 소통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지 고민해본다. 물론 소통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 모두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교사가 할 수 있는 부분만을 한정해 살펴본다.


먼저 교사는 학생의 관심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끼리 스마트폰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선생님이라면 이 순간 어떻게 행동 해야 할까? 그냥 이야기하든 말든 내버려 둘 것인가, 교실에서 스마트폰 게임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 밖에서 하라고 할 것인가. 심리학자인 아들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감이 매우 중요하며 공감을 위한 기술로써 ‘타인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먼저 판단하지 말고 학생이 좋아하는 것에 다가가 보자. 학생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이해할 때 소통은 시작될 수 있다.


둘째, 의사소통의 내용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긍정적 대화와 부정적 대화의 비율은 5:1 정도 라고 한다. 소통은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화날 때는 침묵하고 기쁠때 더 많이 말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지시보다는 질문을 통해 생각할 수 있게 하고 꼭 해야 하는 부정적 말이라면 사람이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도록 한다.


셋째, 학생들과 따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운 학교 사정상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수업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 방식을 다변화하고 분위기를 허용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전달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며 토의·토론형 수업, 놀이형 수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어떤 말을 꺼내도 안전한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넷째, 일과 중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소통을 늘려보자. 중·고등학교에 비해 초등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만나는 시간이 많다. 특히 담임교사라면 훨씬 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교실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만으로 학생과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 외 다양한 시간을 활용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령 얼마 전 SNS에서 유명했던 미국의 한 선생님처럼 학생들과 아침시간에 인사를 해볼 수 있다. 힙합뮤지션이 하는 거창한 인사가 아니더라도 등교 시 하이파이브, 악수 인사로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인사한다면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가 그 전과 달라질 것 이다. 점심시간에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선생님과 대화하며 밥을 먹는다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선생님은 모든 학생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다섯째, 소통이 가능한 환경적 요건을 조성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학생과 교사가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시간에 쫓기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교사에게 수업과 학생 지도 본연의 일 외의 업무로 고통받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학생과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학생 또한 여유가 필요하다. 엄청난 학습부담 속에서 친구와 경쟁하지 않도록 교사는 학급의 문화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흔히 교사의 전문성을 수업 위주로 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라면 교과 전문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학급운영의 전문성이라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성공하는 학급은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며 그 싹은 바로 소통 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말의 양을 늘린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교사의 작은 노력이 우리 교실을 건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호중 서울등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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