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15일 진도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수능 하루 전날 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작년 9월 경주에서 5.8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진 발생 빈도가 늘고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장의 학교들은 준비와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다른 건물에 비해 학교는 수많은 학생, 교원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지진에 취약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교육부가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교시설 중 내진설계 비율은 24.3%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북 지역은 18.4%에 불과하고, 포항도 35%에 그쳤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 할 만하다.
그런데 학교 내진율을 100%까지 높이려면 길게는 20년 가까이 걸린다는 게 정부와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학교의 지진대피 훈련 등도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언론이 고교생 2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고(89.6%), 비상벨이 울려도 대피하지 않는 것(92.3%)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에 제출된 2018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지진 관련 예산이 고작 5000억 원에 불과하고, 교육부가 책정한 예산은 500억 원 정도다.
지진은 사태 발생 시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진이 나지 않길 앉아서 기다리는 일은 더 이상 안 된다. 학교 차원의 내실 있는 지진 대피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학생들에게 체화시켜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 시도교육청, 지자체는 국고, 특별교부금, 교육비특별회계, 교육보조금 등 가용 재원을 지진 대비 예산으로 확충해 학교 내진사업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