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윤문영 기자] 교육부가 유치원,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교육을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하루 만에 번복하는 등 설익은 정책으로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유치원, 어린이집의 방과후과정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의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다시 설명자료를 통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과정에서의 영어교육 금지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며 “시도교육청,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추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번복했다.
이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유치원, 어린이집에서의 영어교육 금지가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원성의 글이 7000여 건 이상 올라왔다.
A학부모는 “학원과 영어유치원은 버젓이 수업을 하는데 가장 저렴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데다 일주일에 한번, 30분 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것은 돈 없는 사람은 배울 생각조차 말라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5세 아이를 뒀다는 B학부모는 “유치원에서 하는 놀이 중심 영어수업을 아이가 좋아한다”며 “줄세우기식 교육도 아닌데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저비용으로 아이를 교육하려는 사람들에게 기회조자 막는 것으로 교육 격차만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반발에 교육부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지만 추후에 다시 결정하겠다는 애매한 태도에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에 대해서는 3월부터 금지한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은 초등 1,2학년의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을 오는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토록 했다. 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반발이 거세다.
C학부모는 “수십만원, 수백만원대의 영어 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괜찮고 2~3만원대의 방과후 영어 수업은 선행이라고 안된다면 사교육과의 격차는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나요”라며 “학원 못 보내는 서민 자녀만 막는 것은 개인의 교육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D학부모는 “영어 방과후 일몰정책에 대해 학교나 교육청, 교육부가 미리 제대로 알리기만 했어도 지금처럼 당혹스럽진 않았을 것”이라며 “1학년 때 영어를 배웠던 아이를 3학년 되면 정규 수업 때 배울텐데 갑자기 안 가르치기도 어려워 결국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방침을 뒤엎는 법이 발의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최소한의 영어 교육 기회조차 금지하겠다는 것은 영어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산층, 서민층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가 초등 4학년까지 방과후 수업을 3시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교육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된 것이라며 오히려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를 못하게 하는 상충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점에 대해 분명히 정리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같은당 박인숙 의원은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과정을 선행교육 규제 제외 대상에 일몰 기한 없이 신설하는 내용의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발의했다. 박 의원은 “자녀를 방과후학교 대신 영어학원에 보내게 돼 교육비용 부담이 갑자기 몇십만원으로 증가하게 되고 사교육은 같이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서 주변에 영어학원도 없는 시골 학생들은 아예 출발선상이 달라지게 된다”며 제안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