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인구절벽' 앞에서 1

2018.01.15 08:59:39

 - 대학 진학시, 선택 잘 해야

 - 대학 구조조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대학 구성원, 정치인들의 인식 전환' 필요한 시점

 - ‘2027년 국내 일자리의 52%가 AI로 대체될 것’

 

오늘 아침에 그다지 기쁘지 않은 소식을 받았다. 지인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대학이 폐교를 선언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더 찾아보니 교육부는 12일 대구미래대학교 폐지를 인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2월 28일부로 이 대학은 문을 닫게 된다. 전문대학이 자진 폐지를 신청하고 교육부가 인가하는 것은 이번 대구미래대학교가 처음이다. 지난 2012년과 2014년, 2015년 각각 폐지한 건동대와 경북외대, 인제대학원대는 모두 4년제였다. 이처럼 한 순간에 대학이 사라진 것이다.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지방에서부터 이어질 것으로 보아 대학 진학시 여러 가지 조건들을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대구미래대 폐교의 직접적 원인은 인구절벽에 따른 학생수 감소 때문이다. 2017학년도 대구미래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34.8%에 불과했다.  2016년 고교 졸업생 수는 56만2000여 명, 대학 입학정원은 49만9000여 명이었다. 고교 졸업생 수는 2018년 54만9000여 명, 2023년에는 4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2020년경 졸업자보다 입학정원이 더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대학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황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로부터 폐교명령을 받고 다음 달 문을 닫는 서남대, 대구외국어대, 한중대가 대표적이다.  

 

대구미래대학교를 유지⋅경영하는 학교법인(애광학원)은 신입생 모집난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으로 계속적인 대학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지난해 6월 2일 폐지 인가를 교육부에 신청했다. 이 대학은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E등급 대학(상시컨설팅 대학)으로, 신입생 충원율(34.8%)의 지속적인 감소로 임금 체불 등 재정난이 심화돼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교육부의 이번 폐지 인가에 따라 학교법인 애광학원 및 대구미래대학교는 재학생 264명에 대해 타 대학 특별편입학을 추진한다. 타 대학 특별편입학은 대구⋅경북지역 전문대학의 동일⋅유사학과 편입학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해당 학과가 없는 경우에는 편입학 지역 범위가 인접한 시·도로 확대될 수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대학과 협의 불성립 등으로 인한 미배정 재적생과 군휴직자․연락두절자 등에 대하여 대학 및 관계기관에 협조 요청 등을 통해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학적부 관리 및 제 증명서 발급을 담당한다. 폐교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앞으로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대구미래대학교의 남은 수익용기본재산은 창파유치원으로 귀속된다. 강제 폐교와는 잔여재산 처리방침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직원 체불임금은 지난해 해결됐고, 잔여재산 역시 교직원에 대한 인건비를 처리한 후 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임교원 30명, 직원 18명 등 48명의 교직원에 대한 고용 후속조치는 빠져 이의 해결 문제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에게 한 순간에 직장이 사라졌고, 직업이 사라져 간 것이다.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2033년까지 현재 일자리의 46%가 사라질 것’이라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보고서나 ‘2027년 국내 일자리의 52%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 등은 미래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다보스포럼은 2020년까지 선진국의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우린 이와 같은 일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나와는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미래는 점진적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훅’ 하고 이미 와버리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가 천천히 감소하는 게 아니가 한 순간에 갑자기 사라지는 ‘직업 증발’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인구 감소의 절벽 앞에서 방만해진 대학의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지 않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대학 구성원,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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