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지평 확대한 '신과 함께-죄와 벌'

2018.01.23 13:18:03

1일 관객 수가 9만 명 대로 떨어진 1월 16일 ‘신과 함께– 죄와 벌’(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 함께’)은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정확히 1303만 9153명이다. 지난 해 12월 20일 개봉했으니 28일 만의 성적이다. 2008년 ‘아바타’(1330만 2637명)는 물론 2015년 ‘베테랑’(1341만 4200명)도 앞지를 기세다. 아니나다를까 ‘신과 함께’는 1월 21일 1354만 명으로 ‘베테랑’을 넘어섰다.

이제 사상 최다 관객 1위 ‘명량’(1761만 5152명)과 2위 ‘국제시장’(1426만 2498명)만 남게 된다. ‘신과 함께’가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15일 만이다. ‘명량’의 12일보다 길었지만, ‘국제시장’의 28일에 비하면 되게 빠른 속도의 1000만 명 돌파이다. 과연 ‘국제시장’을 앞질러 2위로 등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과 함께’는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역대 12월 평일 개봉작중 첫 날 4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최초의 영화인 것. 개봉일 관객 수는 40만 6188명이다. 단, 2013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타워’가 첫 날 43만 명을 동원한 바 있다. 대신 ‘신과 함께’는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에만 126만 5608명을 동원했다. ‘부산행’의 1일 최다 관객(128만 2013명)에 조금 모자라는 2위다.

‘신과 함께’는 이례적으로 1, 2편 동시제작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제작비는 대략 400억 원이다. 손익분기점이 두 편 합쳐 1200만 명쯤 되니 엄청난 모험의 도박 같은 제작이라 할 수 있다. 1300만 명 돌파는 그 도박 같은 제작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1, 2편 동시 제작비를 1편에서 회수한 사상 최초의 영화라는 기록도 보유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경사 났네’이다. 무엇보다도 김감독의 기쁨이 남달랐을 것 같다. ‘미녀는 괴로워(2006)’⋅‘국가대표(2009)’로 흥행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미스터 고’(2013) 참패후 재기한 영화여서다. 순제작비만 225억 원을 쏟아부어 손익분기점이 700만 명쯤인 ‘미스터 고’의 관객 수는 고작 132만 8888명이었다. 김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가 정말 너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당시 심리적으로 동요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그때 이후로 한국형 특수효과에 대한 기대로 회사에 투자금도 많이 들어왔어요(김감독은 현재 ‘VFX(시각특수효과)’ 전문 회사의 대표다). 그런 상황에서 빨리 다음 행보로 옮겨왔어요. ‘내가 여기에서 멈춰버리면 이건 실패가 되는 것이고, 멈추지 않으면 하나의 과정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되뇌면서 작업했어요.”(경향신문, 2018.1.4.)

‘신과 함께’는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이 49일에 걸쳐 일곱 번 재판받는 저승 세계를 그린 영화다.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라 말하는 이유다. 2010년 연재 이후 1억뷰를 돌파하고 단행본이 45만 권 팔려나간 웹툰(주호민)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지만, CG로 그려낸 지옥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판타지 장르를 새롭게 추가한 천만영화의 지평 확대다.

이제보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있는게 아니다. 만화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 ‘초군문’⋅‘화탕영도’⋅‘천고사막’이라든가 ‘돌멩이 인간’이니 ‘업경’ 등 지옥도는 절로 탄성이 터져나오게 한다. 웹툰을 이미 본 관객들에게도 시각적 특수효과(VFX)의 대형 스크린이 주는 감흥은 또 다른 경험일 것으로 보이는 판타스틱한 장면들의 향연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판타지 세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저승에서 재판받는 소방관 김자홍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사회현실이 드러난다. 가령 벌집 제거, 멧돼지 공격, 부상자 구호하다 동료 죽게 하기 등 열악한 근무환경의 소방대원 현실이 그것이다. 특히 강림(하정우)이 지구에 내려가 밝혀내는 원귀 소동의 관심사병은 또 다른 사회현실이다. 너무 그럴 듯하여 말도 안 되는 판타지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한다.

다만 너무 사연많은 소방관은 좀 지나치지 싶다. “대한민국 소방관들 다 어벤져스”라는 메시지가 뚜렷하지만, 자홍이 농아인 편모를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인물인 것이 그렇다. 그 일로 집을 나가 15년 만에 돌아오는데 어떻게 소방관이 되었는지 아리송하다. 멀쩡한 직업의 소방관이 무슨 시험공부도 아니고 야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좀 의아하다.

90%쯤 CG를 입혔다는데, 조금은 표가 나 아쉽다. 예컨대 괴물이 달려든다. 산이 무너져 바위들이 떨어지는 등 난리인데, 그걸 막아내던 강림이나 해원맥(주지훈) 얼굴은 너무 매끈하다. 또 있다. 초반부 배로 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물결은 일렁이는데, 배에 탄 배우들은 미동조차 없다. 물결에 배가 출렁이면 당연히 사람도 따라 움직여야 하는 걸 놓친 CG라 할 수 있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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