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포인트] 輿論, 與論과 女論의 교육

2018.03.02 09:00:00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이다. 겨우내 얼어있던 계곡물이 강으로 바다로 용솟음치며 격하게 흘러가듯 학교현장 이곳저곳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교사나 학생의 마음 한편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교육정책에 대한 경계심도 감출 수가 없다. 교육부가 정책 변화를 이미 예고한 탓도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 책도 바뀌는 것을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한지 10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추진한 정책들의 공과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짧은 기간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의 진면목을 다 보여 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새 학기를 기점으로 그동안 누군가의 손에서 담금질해왔던 교육 정책을 내놓고 학교현장과 국민을 대상으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의 기조는 무엇이며 또 추진할 대표적인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당선 뒤 인수위원회를 대신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을 내걸었다. 단어의 배열위치만 다를 뿐이지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은 이전 정부의 그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하다. ‘입시지옥 해소 인간중심 교육개혁(김영삼 정부)’ ‘지식혁명의 주도와 인성교 육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김대중 정부)’ ‘자율과 다양성을 통한 희망의 교육(노무현 정부)’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명박 정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만들기(박근혜 정부)’와 같은 공약은 시대적 흐름을 압축한 핵심 키워드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거나, 국민생활에 고통을 주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인간중심, 지식혁명 주도,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 희망의 교육, 행복교육과 같은 것이 전자의 예라면 입시지옥 해소, 사교육 절반과 같은 것이 후자의 예에 속한다.


이것은 현 정부가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것과도 대비된다. 김대중 정부는 전인교육을, 노무현 정부는 희망의 교육을 내세웠기 때문에 듣기만 해도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교육’이라는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라는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하겠다’ 또는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 모든 것을 무엇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하면 불분명한, 다분히 선언적인 것이 되고 만다.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런 점을 인식해서인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2017.7)했다. 이들은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도 6개 분야로 구분, 30여 개의 세부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 나열된 정책이나 사업은 그동안 현안으로 다루었던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슬로건과 정책이 따로 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교육부 업무 계획(2018.1.31.)>에 따르면 2018년도 업무를 5개의 항목(혁신·미래·도전·책임·소통)으로 나누면서 ‘책임’ 항목을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로 의미 부여를 했다. 이것은 대선공약과 인수위 에서 제시한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와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과 의미상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사실상 이 방향으로 국가책임의 범위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내용도 ‘유아부터 대학까지 교육비 국가부담 확대’ ‘대입 기회균형선발 의무화’ ‘기초학력 보장 종합 안전망 확충’ ‘저소득·취약계층 교육기회 적극 보장’ ‘평생교육 바우처 신설’ 등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부여에 무게를 두고 있어 좀 더 분명해졌다는 감을 준다. 그러나 의미를 명확화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책임진다는 교육의 범위도 좁아진 것은 앞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현장과 함께하는 정책이어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외고·자사고 학생우선 선발제 폐지와 같이 현 정부가 야당이었을 때부터 주창해 왔던 것에는 주저함이 없었지만, 수능개편,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와 같은 것은 학부모 등의 여론에 떠밀려 후퇴한 바 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교육부 장관은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 눈높이에서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며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정책의 논의과정에서 부터 필연적으로 파열음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우선해야지 국민을 참여시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8월에 발표 예정인 대입제도 개편방안 등의 정책은 우리 교육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전문가 우선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출범 10개월을 넘긴 현 정부, 명칭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든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든 간에 제시한 교육정책 대부분이 2018년을 기점으로 표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교직사회 내부의 협력과 협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교단의 안정과 국민 생활 전반에 주는 충격도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일반 輿論이 아닌 집권 여당의 與論, 어머니가 중심인 학부모의 女論에 끌려가지 않고 교육만을 중심에 놓고 순항하기를 바라는 것이 3월 신학기를 맞은 학교현장의 바람이고, 교원들의 바람이다.

정동섭 새교육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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