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장애가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배우는 기회
평창동계올림픽에 버금가는 감동의 레이스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에게 박수 보내야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이자 첫 동계올림픽인 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호평 속에 마무리 지었다. 이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이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라던 일각의 우려는 괜한 걱정이었다. 화려하게 막을 올린 개회식 공연에서 보여준 ‘한국의 미’는 큰 호평을 받았다. 무용수들의 장구 군무로 연출한 태극문양, 고구려 동굴벽화 ‘사신도’에서 뛰쳐나온 백호, 고구려 고분벽화 전설 속 동물 인면조, 오행사상과 오륜을 상징하는 다섯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데일리 비스트>는 “개회식은 유치하기 마련이지만, 평창올림픽 개회식은 너무 많은 눈부신 시각적 볼거리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안전올림픽, 평화올림픽으로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크게 거론될 만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외신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USA투데이는 ‘놀랍도록 안전한 올림픽’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편으로 수준 높은 경기장과 편의시설, 그리고 안정적이고 손색없는 운영 방식과 서비스까지, 평창올림픽은 ‘성공적인 대회’라고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월 25일 폐회식에서 “평창올림픽은 새로운 지평을 연 대회”라고 총평하기도 했다. 뜨거웠던 17일 동안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정의 끝은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장식됐다. 선수단과 관객, 자원봉사자, 대회 관계자 등 모든 사람이 격식 없이 어우러져 기쁨을 나눴다. 3만 5000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1’을 외치는 순간 스케이트를 탄 수십여 명의 연기자들이 무대 위로 등장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폰으로 공연장을 촬영하는 선수,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드는 선수, 자원봉사자에게 악수를 건네는 선수 등 모두가 함께했다.
개회식 당시 ICT 강국의 면모를 자랑했던 드론쇼가 폐회식에서는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수백 개의 드론이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형상을 만들었다가 커다란 하트로 변하면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폐회식장 가득 울려 퍼지는 우리 소리도 묘미였다. 소리꾼 장사익이 애국가를 불렀고, 배우 이하늬가 전통 무용 ‘춘앵무’를 선보인 한편 국악 밴드 잠비나이와 13세 천재 기타 소년 양태환이 ‘춘앵무’를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을 연주했다. 이어 K-팝 스타 엑소와 씨엘의 공연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고,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공연도 폐회식 일부를 장식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준비한 회심의 카드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을 빛낸 선수”라며 윤성빈, 렴대옥, 린지 본, 고다이라 나오 등을 호명하고 그들 사이에 서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비인기 종목 가운데 최고의 화제 종목은 단연 컬링이었다. 컬링은 대회 전까지만 해도 메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종목으로 평가됐으나, 사상 첫 메달인 은메달을 따내는 이변을 일으켰다. 우리 팀은 ‘갈릭걸스’, ‘팀 킴’ 등의 별명을 얻으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부 외신에서는 평창올림픽 결산 기사에서 한국 여자 컬링 팀을 언급하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팀이 결승전에 진출해 스웨덴 팀과 맞붙은 것은 그 자체로서 빙판 위의 기적”이라며 “한국인들에게 여자 컬링 결승전은 국가적 자부심이 됐다”고 전했다.
여전히 효자 종목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평창올림픽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일부 쇼트트랙 경기 과정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며 메달을 놓치는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지만 대표팀이 목표로 밝혔던 금메달 3개는 온전히 달성했다. 스피드스케이팅도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면서 선전했다. 특히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정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초대 남자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제 3월 9일 개막한 패럴림픽은 18일까지 10일간 성화를 밝힌다. 개막식에서 울리는 북소리의 감동이 울려온다. 심장의 고동소리 같다. "우리 가슴 속에 빛나는 꿈이 있다네"의 노래 가사는 이 대회를 상징하고도 남음이 있다.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열리는 평창동계패럴림픽 역시 평창동계올림픽에 버금가는 감동의 레이스가 될 것이다. 이 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애인 동계스포츠 이벤트다. 알파인스키와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노보드 등 4개의 설상 종목과 아이스하키와 휠체어컬링 등 2개의 빙상 종목을 더해 모두 6개 종목에서 총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선수들이 기량을겨룬다.
이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은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낸 이들다.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신체적 한계를 뛰어 넘으며 땀과 열정으로 경기장에 서기까지 한순간, 한순간 드라마보다 더한 감동을 그려낸 선수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직업이든 삶의 방식이든 따라가야 하는 기준이 너무 명확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하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대기업에 취업해 결혼을 해야 인생을 잘 사는 것처럼 평가한다.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갔던 길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을 응원하고 힘든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장애도 개성이다. 사람의 개성이 다른 만큼 저마다 걸어가는 인생의 길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더욱 다양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배우는 삶의 장이 될 것이다. 나아가, 장애가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그리고 인내가 무엇인가를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