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저수지에서 봄을 찾다

2018.03.22 09:10:06

경칩이 10여 일 지났다. 서수원 시민들의 힐링의 공간 일월저수지에는 봄이 얼마만큼이나 찾아왔을까? 아파트에서 저수지를 내려다보며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저수지 산책에 나선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자연의 변화를 보면 힐링의 시간이 된다.

 

아내와 함께 일월저수지에서 봄을 찾기로 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수양버들은 엷은 연두색이다. 아마도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했나 보다. 도로변 인도에는 트럭 상인 물건을 전시해 놓았다. 그 물건 중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물건이 보인다. 바로 파리채다. 이 파리채가 아파트에 어울릴까? 지금도 파리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도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서 더 필요하지 않을까?

 

저수지 입구에서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은 산수유꽃이다. 노란 산수유꽃이 지금 막 피어나고 있다. 만개하려면 조금 더 있어야할 것 같다. 역시 봄의 전령사는 산수유다. 인가가 가까운 야산에는 산수유와 비슷한 생강나무가 있다. 둘 다 이른 봄을 알려 주는데 노란 꽃 색깔이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꽃 모양은 다르다.

 


그 동안 못 보던 안내판 하나가 보인다. 수원수목원 조성사업 안내판. 이 일월공원에는 2020년에 공립 제1호 수원식물원이 들어선다. 2015년부터 6년간의 사업에 들어갔는데 내년에 본격 착공에 들어간다. 안내판에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식물자원을 테마로 한 생태, 환경교육, 참여 중심의 도심형 수목원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공원 내 10의 면적에 펼쳐질 수목원을 상상해 본다.

 

저수지 물위에서 헤엄치는 것은 바로 물닭이다. 깃털 색깔이 검은색인데 유독 부리는 하얗다. 두 눈은 빨갛다. 이 물닭, 유심히 관찰하니 풀을 뜯어 먹고 있다. 때론 잠수를 하지만 물속 수초를 물고 올라온다. 아직 물이 차가운지 수초 위에서 깃털을 다듬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저수지에서 오리, 물닭, 물논병아리가 새끼를 거느리고 다니는 장관을 본 적이 있다.

 

저수지 산책로 반 정도 지나니 저수지 가장자리에 새로운 움직임이 보인다. 저게 무얼까? 자세히 보니 커다란 붕어다. 수심이 얕고 수초가 있는 곳에는 붕어 네 다섯 마리가 수초에 몸을 비비고 있다. 붕어의 산란기는 3월부터 5월까지다. 암컷이 수초에 산란을 하면 연이어 수컷이 수정을 한다. 그러니까 수컷은 암컷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조금 더 가니 둔덕에 아주 작은 보라색꽃이 떼 지어 피었다. 이름은 개부랄꽃. 이름이 특이하여 처음 듣는 사람은 웃는다. 그러나 특이한 이름이라 그런지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기억을 하고 있다. 아마도 처음 이 꽃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꽃 모양과 가장 비숫한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식물 사랑하기 첫 단계가 식물 이름알기다.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를 지나면 논이 보인다. 논둑에는 냉이와 쑥이 보인다. 유년기에 누나, 여동생과 함께 냉이 캐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는 누가 많이 캐느냐가 아니고 누가 가장 큰 것을 캐느냐 였다. 뿌리가 굵고 기다란 것을 캐면 어깨가 으쓱거린다. 지금은 오염 때문에 냉이를 캐서 함부로 먹을 수 없다. 쑥을 보니 제철에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떠오른다. 이 맘 때는 도다리쑥국이다.

 

일월저수지에서 봄 찾기. 빨리 걸어가면 찾기 어렵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위를 살펴야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우리의 삶도 급격히 변화한다. 그러나 자연의 변화를 보려면 세상을 천천히 바라다보아야 한다. 이 맘 때 봄 찾기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왜 그렇게 세상을 정신없이 바삐 사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기도 하다. 봄을 찾는 시간은 매우 의미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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