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야생화야, 일 년 동안 잘 지냈니?”

2018.03.22 09:14:04

수리산 야생화야, 일 년 동안 잘 지냈니?” 해마다 이 맘 때쯤 되면 안부 묻고 싶어 찾아가는 꽃이 있다. 오늘은 수리산 노루귀와 변산바람꽃을 보고 왔다.

 

아내가 가족 밴드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지난 주말 수리산 야생화를 찾았다. 야생화를 찾는 사람들의 습벽 하나. 해마다 바로 그 시기에 야생화를 찾아 안부를 묻고 이상 없음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때론 야생화 개체수가 줄어들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야생화가 마치 우리 가족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야생화를 찾아가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휴일이지만 기상 시각이 빨라야 한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오전 9시다. 배낭엔 간식이 들어 있다. 오늘은 간식이 아니라 점심이다. 고구마 8, 사과 2, 땅콩 등을 넣었다. 풍족하진 않지만 점심 대용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아무리 야생화가 좋아도 말이다.

 


안양 병목안을 지나 도착한 곳은 제2만남의 광장. 수암천의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버들강아지. 문득 동요가 생각나 흥얼거려 본다.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봄 아가씨 오신다버들강아지를 봄 아가씨에 비유했다. 이 버들강아지가 무리로 떼 지어 있으니 장관이다. 자세히 보니 강아지 꼬리 모양에서 꽃이 피어나고 있다.

 

산에 오르기 전, 수암천 가까이에 있는 노루귀를 찾는다. 해마다 이곳을 찾기에 어디쯤 가면 노루귀가 있는지 우린 알고 있다. 그런데 너무 일찍 찾아 왔는가? 분홍색 노루귀는 보이지 않고 흰색 꽃봉오리만 보인다. 만개했을 때 근접 촬영하면 작품이 나오는데 오늘은 여린 꽃봉오리에 만족해야 하나 보다. 여기서 노루귀 11남매를 사진에 담았다.

 

노루귀가 가느다란 줄기로 꽃봉오리를 올리고 있는 장소를 살펴보았다. 주로 바위 바로 아래이다. 몇 년 전까지 낙엽 속에서 겨울을 이겨내면서 뚫고 올라왔는데 지금은 바위 가장자리에 뿌리를 내렸다. 짐작컨대 길 가운데에서 자라거나 낙엽 속에서 자생하는 것은 사람의 피해를 입지 않았나 싶다. 야생화 매니아들은 야생화를 사랑해 캐어가진 않지만 실수로 밟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장수옹달샘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 입구 실개천은 아직도 얼음이 덮여있다. 얼음장 밑으로 물은 힘차게 흐르고 있다. 작년 이 맘 때 보던 현호색은 초록잎만 보이고 보랏빛꽃은 보이지 않는다. 천남성이나 피나물 등은 좀 더 있어야 보일 것이다. 흔하게 보이던 노루귀는 개체 수가 줄어들었고 꽃봉오리만 맺히거나 반개한 연약한 모습니다. 이런 모습도 사진으로 남긴다.

 

작은 산등성이 비탈을 오른다. 가져온 간식으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였다. 계곡을 향해 내려간다. 변산바람꽃을 보기 위해서다. 이 꽃 역시 개체 수가 줄었는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꽃은 만개했으나 홀로 피었다. 작년엔 외롭지 않게 두 줄기가 꽃 한 쌍을 이루었었다. 외로운 바람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아내는 흔들리는 바람꽃 동영상을 촬영하며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해 녹음한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다.

 

이제 하산이다. 다시 출발지에 도착했다. 3만남의 광장 제단에서 어느 산악회 시산제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제단에 정성껏 음식을 차려놓고 축원문을 낭독한다. 산행의 무사고와 좋은 날씨를 기원한다. 회원들이 차례로 나와 엎드려 절을 한다. 가까이 있는 나무 기둥을 보니 시산제 예약 안내문이 여러 개 붙어 있다. 산악회명, 시산제 일시와 연락처를 출력하여 붙여 놓은 것이다.

 

수암천 계곡 다리 아래에 어느 한 가족이 자리를 잡았다. 젊은 부부가 4, 여섯 살 자녀와 함께 봄을 즐기고 있다. 징검다리를 놓으면서 개구리를 발견했다고 자랑한다. 물속을 자세히 보니 개구리알, 도룡뇽알이 보인다. 소금쟁이도 물위에서 노닌다. 물속에는 다슬기도 보인다. 자연에서 봄을 즐기는 부부의 지혜가 보인다. 오늘 수리산 야생화를 보고 안부를 묻고 가니 마음이 안정된다. 수리산 야생화야, 내년에 다시 만나자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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