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 간 사람들 2

2018.03.26 09:10:45

한일 융합으로 독자적인 문화창조

평화시대의 유산들을 미래의 자산으로 승화시켜야


한일교류의 역사는 그 뿌리가 매우 깊다. 그래서 파고파도 다 캐내지 못한 광맥처럼 일본에 깊숙히 남아 있다. 아직도 그런 곳이  일본 긴기지방 나라에 있다. 그 이름은 '쇼소인'이다. 이곳은 '창고'라는 뜻인데 그냥 창고가 아니라 8세기 일 왕실 보물창고이다. 필자가 다니던 고교시절 이곳에서 발견된 신라장적은 시험의 단골 메뉴였다. 실체도 보지 않고 달달 외웠다. 왜 신라 촌락문서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일까? 우리가 사는 이땅의 사람들이 가지고 간 것이다. 이같은 인적교류를 통하여 신라의 문화가 나라에 전수된 것을 밝히는 증거이다.


'쇼소인'은 지리적으로 오사카 근처 나라에 자리잡은 거대한 사찰 도다이지(東大寺,동대사) 경내에 있다. 시대적으로 710년에서 784년까지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奈良)는 우리의 경주에 해당하는 고도다. ‘나라’라는 지명 자체가 우리말 ‘나라’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곳에 정착한 한반도 도래인들이 붙인 지명이라는 것이다.




나라는 일본에서 유명한 관광지다. 나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국적을 떠나서 반드시 가는 곳으로 도자이지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이 안치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절이다. 일본 역사상 8세기(701∼800년)를 ‘나라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 동아시아는 모처럼 평화를 구가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당나라는 이태백과 두보를 배출한 성당시대였고 통일신라는 에밀레종, 불국사, 석굴암을 탄생시킨 경덕왕 때였으며 발해는 해동성국이라는 칭송을 받던 문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이 무렵에 일본도 당당한 문화국으로 발돋움 한다. 7세기 백제가 멸망한 후 유민들이 대거 건너오면서 뛰어난 문화를 직접 수혈받았던 일본은 어언 100여 년이 흐른 8세기에 이르러서는 한일 융합의 독자적인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 걸작이 바로 도다이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백제인들만이 아닌 신라인들의 자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당대 일본 불교문화의 융성기(텐표 시대)를 이끈 완은 쇼무 일왕이다. 그가 756년 죽자 고묘 왕후가 왕실의 다양한 보물을 절에 바치면서 보관시설로 만들었다. 1300년 지난 지금도 무려 9000여 건의 미술공예품과 불교 고문서 등이 보존된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이름이 높다. 하지만 이를 잘 공개하지 않아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져 제대로 알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1946년 이래 매년 10월 국립나라박물관에서 한차례 열리는 소장품 전 외에는 볼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고, 구체적인 목록이나 소장정보도 온전하게 파악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일본 문화재당국과 학계는 지난 20여년간 '쇼소인(정창원)'이 중국, 한반도를 경유한 실크로드 유물의 보고라는 성격을 집중 부각시키며, 나라가 실크로드의 종착지라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해 왔다. 상대적으로 고대 한반도와 연관된 소장 유물들을 독자적으로 재조명할 여지가 별로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지난 3월 7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국회 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대표의원 손혜원)과 국립문화재연구소 주최로 열린 ‘정창원 소장 한반도 유물’ 국제심포지엄을 계기로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부터 유물 정보의 공유와 공동연구가 이뤄지도록 정부간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지금까지 신라와 일본이 적대관계로만 보아온 시각이 아니라  유례없이 친교하며 문화적 번영을 함께 일궜던 옛 평화시대의 유산들을 미래의 자산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래 전 일본 땅에는 없었던 것들을 가지고 갔는데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그 유물을 잘 보존하여 온 정신과 기법을 배우고, 이제는 돋보기를 들고 끈덕지게 연구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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