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고현정(최자혜 역)의 중도하차로 소동을 빚었던 SBS드라마스페셜 ‘리턴’이 지난 22일 종영했다. 원래 32부작(옛 16부작)이 오히려 2회 늘어나 34회로 막을 내린 것. 주연배우 중도하차 소동과 함께 평창 동계 올림픽 중계방송 관계로 3차례나 결방하는 등 파행을 빚었지만, 5회부터 두 자릿수에 오른 시청률은 크게 변동이 없었다.
박진희가 최자혜로 본격 등장한 17회 시청률은 12.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다. 이후 종영까지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인기몰이였다. 최종회 시청률 16.7%를 찍는 순항이었다. 드라마 시청에 미치는 주연배우의 영향력이 미미한 방증이라 할만하다. 결국 중도하차한 고현정만 패자로 남게된 셈이라 할까.
‘리턴’은 한 마디로 변호사 최자혜의 복수극이다. 19년 전 교통사고 당했지만, 아직 살아있는 딸을 바다에 던져 죽게한 재벌 2세 4인방을 향한 복수다. 이런 요약은, 그러나 박진희 출연 이후 최종회까지 보고서야 가능해진다. 고현정 출연 방송에는 없던 최자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져서다. 초반 전개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낄 정도다.
가령 박진희가 최자혜로 본격 등장한 17회를 보자. 최자혜는 어린 나이에 죽은 딸에게 헌화하고 슈퍼 앞에 앉아 한숨 짓는다. 루즈 칠하고, 등의 흉터, 밥먹는 장면 등 마치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로 보일 만큼 이전 내용과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 모습이다. 재벌 2세들의 살인까지를 포함한 일탈과 만행묘사로 공분(公憤)을 이끌어낸 이전의 보는 재미가 상쇄되는 결과가 됐다.
어쨌든 그런 범행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이라 벌을 받지 않은 그들은 30대 중반 어른이 된 지금 역시 개망나니다. 태하그룹 본부장이지만 후계자 강인호(박기웅), 유망 기업 나모 대표 오태석(신성록), 거대 사학재벌 아들이자 신학대학 교수이기도 한 김학범(봉태규), 국내 최대 종합병원장 아들이며 의사인 서준희(윤종훈)가 그들이다.
드라마 인기와 함께 악벤져스(악인+어벤져스)라는 별명을 얻은 그들은 타고날 때부터 엄청난 부를 지닌 금수저들이다. 그들의 일탈과 만행은 첫 방송부터 내내 이어진다. 그들은 친구 아내와 화장실에서 키스 이상의 관계로 놀아난다. 비키니 차림의 여자들을 내기에 걸고, 반항하자 유리컵으로 머릴 내려친다. 자신의 스포츠카를 추월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돈을 주며 따귀 한 대만 맞으라고 한다. 그런 식이다.
그 표현 수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인 경고를 받고 시청자 사과를 해야할 만큼 세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그것이 높은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지 싶다. 재벌 2세 갑질의 대명사로 통하는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저리 가라 할 만큼 가장 악랄한 캐릭터는 응당 김학범이다. 정확히 말하면 분노조절 장애환자 김학범을 박진감 넘치게 보여준 봉태규의 연기라 할 수 있다.
나름 건질 것도 있어 보인다. 준희의 자수나 자살 시도, 나아가 김학범 죽이기가 그렇다. 우선 죄짓고도 잘 사는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여준다. 법을 잘아는 변호사인 최자혜의 대한민국 사법정의에 대한 불신 및 범행도 꽤 시사점이 있다. 결국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더러운 세상에서 약자들이 겪는 고통과 불행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너무 복잡해 난삽할 지경이다. 살인사건을 앞세운 스릴러 방식의 전개지만, 쓸데 없는 장면으로 긴장감 조성하기도 좀 아니지 싶다. 가령 햇살요양원(2월 1일 방송) 에피소드를 보자. 독고영(이진욱) 형사와 최자혜가 적이 아닌데도 미행하다 공격당한다. 일개 변호사가 독고영을 공격하고 앰블런스로 달아나는 괴한을 쫓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의아스러운 대목도 있다. 독고영이 사무실에서 나머지 독극물 1병을 찾아냈고, 법정에서 증언까지 했는데도 김정수(오대환)가 면회온 최자혜에게 그 용도를 묻고 있다. 그걸로 바다에 투신⋅자살까지 하고 있으니 의아하다고 할 수밖에. 의아스러운 게 더 있다. 어떻게 19년 전 판사(김명수)가 지금 재판에서도 같은 사람인지….
대사에도 공과(功過)가 뚜렷하다. “변기 같은 여자”, “할 줄 아는게 속 뒤집는 일밖에 없는”, “머리라는 걸 거쳐서 하는게 말이야” 등이 공(功)이라면 과(過)는 박진주(윤주희)가 살쪘다는 소리에 주방으로 간 금나라(정은채)를 향해 날린 ‘삐졌나’(2월 28일)와 엑스트라가 내뱉는 ‘플랭카드’(3월 15일) 정도이다. 각각 ‘삐쳤나’와 ‘플래카드’로 발음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