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핵 도시 거점으로 '유기적인 집적체' 구축해야
30년 내 84곳의 시·군·구와 1383곳의 읍·면·동이 사라질 위기
지방에 매력적이고 고용기회를 늘릴 수 있는 정책 마련해야
자신이 살았던 동네가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여본 적이 있는가? 지난 2014년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 소멸’이란 저서에서 30년 내에 일본 자치단체의 절반인 896개가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지방의 인구 감소는 지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도쿄 등 대도시의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책은 일본의 인구감소 문제를 연구한 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책이다. 마스다의 지적은 일본의 인구 감소는 저출산에 따른 자연 감소에도 원인이 있지만 지방에서 대도시권의 '인구 이동'에 더 깊은 관련이 있고 설명했다. 즉 일본 전체가 똑같은 비율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은 인구가 격감하는 반면, 대도시는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저자는 인구의 대도시로의 집중을 막고 지방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모든 지역에 다 똑같은 노력을 쏟는 것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는 지방 중핵 도시를 거점으로 삼으면서 그곳과 인접한 각 지역의 생활 경제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경제 사회의 측면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유기적인 집적체'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가 발족한 것을 비롯해 세종시와 혁신도시로의 대대적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30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골자는 지역의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일자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인구 이동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초저출산 사회’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그친 곳이 3496개 읍면동에서 17곳이라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앞으로 30년 내 84곳의 시·군·구와 1383곳의 읍·면·동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2020년은 인구구조 변화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다. 우리나라가 아무런 대비 없이 2020년을 맞는다면, 우리가 살았던 고향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같은 현실이 현재도 나타나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전남의 고흥군 인구 66,962명 중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25,505명으로 고령화비율 33%에 이른다. 고흥군 역시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위기다. 이 같은 빠른 농촌인구 감소 현상을 방관한다면 전국 농촌 곳곳이 무주공산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저출산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저출산을 막지는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교수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전국 단위, 서울 중심으로 바라봤던 정책적 오류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고 지적하였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서울에 있다. 그들에게는 저출산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래서 지난 10년 사이의 출산 지원정책 숫자는 굉장히 늘어났지만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출산이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방에 매력적이고 고용기회를 늘릴 수 있는 정책만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메가트렌드>의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빗은 한 인터뷰에서 “미래는 현재에 내포되어 있으며, 한국의 미래는 한국의 응전(Response)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구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지방은 연구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