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움직이는 3대 교육철학
전쟁을 치른 독일이 가장 먼저 힘쓴 분야는 교육입니다. 어느 신문에서 '보이스텔바흐 협약 시민교육 3대 원칙'을 보는 순간 한숨이 나왔습니다. 추상적이지 않고 손에 잡히는 교육철학,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쉬운 문장, 굳이 높은 학문을 쌓지 않고도 실천할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 간결함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미래핵심역량'처럼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는 교육철학 말입니다.
독일과 일본은 세계사에 씻을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킨 범죄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가 전쟁 후에 보인 태도는 극과 극입니다. 철저한 사죄와 보상으로 잘못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있는 독일에 비해, 일본은 사죄는 커녕 적반하장으로 범죄 사실을 은폐하거나 부인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한 개인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노력을 기울일 때 발전합니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한 사람이 없듯 완전한 국가도 없습니다. 한 개인의 역사나 국가를 포함한 인류 역사는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발전합니다.
우리의 교육철학은?
큰 전쟁을 일으킨 범죄 국가인 독일이 오늘날 유럽 역사의 기둥으로 자리잡게된 배경에는 뛰어난 교육철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틀러의 강압적이고 주입식 교육으로 망가진 독일인의 지성은 엄청난 살육을 불러일으켰음을 반성하는 교육철학을 세움으로써 자성하는 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위한 노력과 일맥상통합니다.
대기업 자녀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고 고발 당하는 일은 과거에는 볼 수 없는 묻히는 사건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의 갑질과 횡포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고 항변해보았자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쉬쉬 하며 살아온 게 현실입니다.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는 인식, 비교와 경쟁으로 얼룩진 교육 현장,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 받는 일터, 희망의 끈을 놓은 젊이들을 붙잡으려는 노력은 억울함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와 공정의 저울이 작동할 때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제야 세상이 변하는 듯 보입니다. 아니 바른 방향으로 변해야 합니다. 그 한가운데 뚜렷한 교육철학이 있어야 이 나라가 거듭 날 수 있습니다. 우왕좌왕하지 않을 교육철학, 교육의 기둥을 세우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배운 자들의 말장난이 아닌, 누가 읽어도, 초등학교만 나와도 이해할 수 있는 합의된 교육철학을 갖고 싶습니다.
국가교육과정을 시작으로 지역교육청, 단위 학교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비전과 교육목표는 차고 넘칩니다. 거기다 담임이 추구하는 교육철학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공교육이 추구하는 교육목표나 철학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추상적인 교육목표와 비전이 대부분입니다. 지역청 교육의 방향만 보아도 비전-교육지표-주요시책-역점과제-특색교육으로 이어지는 그 많은 교육의 씨앗들은 어디쯤에 가서 열매를 맺고 있는 걸까요? 이제라도 공교육의 성공을 위한 큰 기둥을 세우고 가지치기가 필요한 잡목들은 과감히 자르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독일처럼 손에 잡히는 교육철학, 우리도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