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발원지’ 충남 논산 강경고등학교를 찾아서_尊師愛弟 은은한 강경의 5월, 교육이 숨을 쉰다

2018.04.23 13:35:02

“어려운 여건에서도 꿈을 이룬 사람들 뒷면에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침을 주신 아름다운 스승이 있습니다.” “스승으로서 열정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꿈꾸며 성장하는 제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력하여 꿈을 이 룬 제자는 스승의 보람이자 큰 자랑 입니다.” 스승의 날 발원지로 알려진 충남 논산 강경고등학교 ‘스승기념관’에 적힌 글귀다.


사제 간의 정이 살아 숨 쉬는 이 곳, 교문에 들어서자 우뚝 솟은 스승의 날 기념탑과 반듯하게 쓰인 尊師愛弟(존사애제) 현판이 봄 햇살에 반짝인다. 갈수록 스승의 그림자가 퇴색되어지는 지금,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아끼는 고귀한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숭고하게 여겨진다. 오는 5월 15일은 37번째 맞는 스승의 날. 알다시피 이날은 1963년 강경고에 재학 중이던 윤석란 JRC(RCY의 옛 명칭·청소년 적십자단) 회장이 병석에 누워 계신 선생님을 방문하자고 JRC 회원들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1965년 4월 23일 열린 JRC 중앙학생협의회에서는 매년 5월 15일 (세종대왕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스승의 날 만든 학교’ 긍지와 자부심 … 학생들도 ‘반듯’

이런 역사를 기념해 강경고는 남다른 스승 공경 교육과 함께 매년 스승의 날을 앞두고 기념식과 백일장 대회 등 자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강경고 안미숙 교장은 “스승의 날 발원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에 긍지와 책임감을 느낀다”며 “훌륭한 전통을 받들어 스승과 제자 모두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학생들 역시 우리 학교가 스승의 날 발원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실제로 학교생활에서 선생님을 공경하는 마음가짐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강경고 교사와 학생들의 인사말은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로 시작한다. 이른바 존사애제 인사법이다. 안 교장은 “학생들은 ‘선생님 존경합니다’, 선생님은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는 인사하기 운동을 전개한 결과, 교권침해는 물론 학교폭력 없는 학교가 됐다”고 전했다.


강경고는 매년 5월이면 사제지간의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선생님께 편지쓰기·표어·사자성어·캐리커처 그리기 등 ‘내 마음의 스승 찾기 대회’를 개최하고 사제동행 체 육대회를 열어 스승의 날 발원을 기념하고 있다. 교정에 자리한 스승기념관도 배움에 대한 감사함과 스승 존경의 문화를 실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학생들이 그린 스승 존경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다. 또 ‘훌륭한 스승은 제자 위에 있 는 사람이 아닌 제자를 스승으로 바꾸어놓는 사람이다(베르나르 베르베르)’, ‘경서를 가르치는 스승은 만나기 쉬우나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사마광)’ 등과 같은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를 정립해주는 동서양의 명언들이 게시돼 있다. 아울러 이곳에는 조선시대부터 미래교육까지 우리 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엿볼 수 있는 미니어처 전시관이 마련돼 있으며 강경이 왜 스승의 날 발원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선시대 석학 김장생과 송시열의 일화를 통해 설명해 주는 벽화도 설치돼 있다.



스승 은혜 보답하자 동문들 장학금 줄이어 … 충남 명문고로 우뚝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존사애제 전통을 격려하는 동문들의 사랑도 뜨겁다. 스승의 날 탄생의 주역인 강경여중 8회 졸업생인 탤런트 강부자 씨는 금혼식 기념으로 장학금 1억 원을 쾌척했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각지에서 장학금이 답지했다. 심지어 해외에 거주하는 동문들까지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학교에 전달했다. 강경고 교사들도 제자사랑 실천에 앞장섰다. 이 학교 교직원들로 구성된 ‘강빛교직원장학회’는 월급에서 십시일반 떼어내 장학기금을 모금,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원하고 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1호 체육장학사 출신인 안 교장은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9시가 넘도록 학교에서 살다시피 한다. 선배 교사들의 고귀한 정신을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라는 생각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교육부·교육청·지방자치단체 가릴 것 없이 뛰어다녔다. 웬만한 학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교육부 특별 교부금을 받아내 체육관을 짓고 논산시의 예산 지원으로 2학년 전체 학생 들을 중국 상해로 수학여행 보냈다.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올해는 서울교대를 비롯 전국 유명 교육대학과 4년제 대학에 다수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강경고는 한 때 상위권 학생들이 기피하는 학교였으나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타지에서 유학하는 학생까지 생겨났다. 말 그대로 ‘강하고 경쟁력 있는 고등학교’가 됐다. 이 학교만의 학생 맞춤형 교육과 다양한 학습클리닉, 그리고 학생들의 재능과 적성을 살린 동아리활동들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학교스포츠클럽과 봉사활동 등도 내실있게 이뤄지고 있다. 대학 수시모집에서 강경고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에는 철저한 입시 대응 전략이 주효한 때문이다. 안 교장은 “입학성적에 비해 대학 진학실적이 가장 탁월한 학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안 교장의 교육방식도 존사애제 정신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그는 1천1백여 전교생의 이름을 다 기억한다. 학생들을 만날 때면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고 근황도 살핀다. 학생들도 안 교장을 엄마처럼 따른다. 수시로 교장실에 들어와 음료수도 마시고 수다도 떤다. 그는 학생들과 SNS 친구를 맺을 만큼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로 교직 34년째를 맞는 안 교장은 “교육은 어느 한 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며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했다. “학교가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시대는 지났어요. 정말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한마음이 돼야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교권침해가 부쩍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그는 선배님들이 보여줬던 아름다운 제자사랑을 이어받아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하는 문화가 학교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기를 소망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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