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換骨奪胎)를 꿈꾸며

2018.05.28 08:49:32

근무 장소가 변하면 모든 것이 낯설어진다. 그리고 다시 적응을 위해 새로운 몸짓을 해야 한다. 이는 교직경력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올해로 삼십 년을 맞는 교직 생활이다. 또래의 동기들은 대부분 승진을 하여 관리자로 있지만, 여전히 평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부대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도 성찰이 필요한 때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일이 있었다. 작년까지 저학년 담임을 하다가 새로운 근무지에서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과학전담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과학전담교사로서 교육과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성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내용인즉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으며 실험도 강의와 영상으로 대신하고 교과 내용과 무관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후 지금까지 중견을 넘긴 교사로서 자아도취에 빠져 현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업무 핑계로 기존의 교수 방법만 추구하며 교단에 서지 않았나 하는 성찰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 세 가지에 대하여 나름대로 변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자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회자하였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엄청 상했다. 더구나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서 최고의 교사라는 위상이 뜬구름이 아니었나 하는 충격의 메아리였다. 그리고 지금 다시 교사로서 재정립이 필요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먼저 수업종료 후 후배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동아리 시간에 며칠간의 심적 갈등을 털어놓는 자아 비평으로 시작했다. 교직 생활에서 업무와 수업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수업인데 지금까지 업무처리를 잘 하는 교사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여겼던 생각을 반성해야 했다.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학습자 중심 배움 중심의 수업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자신은 변화에 둔감하고 기존의 사고로 교단에 서는 점은 고쳐야 할 태도라고 고백을 했다.


모임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일어서는 자리, 후배 선생님이 다가와서 오늘 말씀은 비단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니고 모든 교사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위로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명색이 수업명사라는 직함을 달고 선배 교사로서 누를 끼쳤음이 내내 부끄러웠다. 그리고 오월의 하늘을 보며 떠올린 생각은 독수리의 환골탈태였다.


독수리는 가장 오래 사는 새 중의 하나로 70년을 살 수 있다. 그러나 70년을 살기 위해서는 40살 정도 이르렀을 때 신중하고도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나이쯤이면 발톱이 안으로 굽어진 채로 굳어져서 먹이를 잡기조차 어려워지고 휘어진 부리는 가슴 쪽으로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개는 약해지고 무거워지며 깃털들은 두꺼워져 나는 것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큰 짐이 된다.


이때 독수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또 하나는 고통스러운 혁신의 과정인 환골탈태(換骨奪胎)이다. 이를 위해 150일 정도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절벽 끝에 둥지를 틀고 전혀 날지 않고 둥지 안에 머무른다. 이때 자신의 부리가 없어질 때까지 바위에 대고 친 후 새로운 부리가 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부리가 새로 나면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새로운 발톱이 다 자라나면 낡은 깃털을 뽑아낸다. 이렇게 5개월이 지나면 독수리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30년을 더 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나는 맹장(猛將)이 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독수리의 환골탈태임을 되새기며 실험보조원도 없는 과학실로 발길을 옮겨 내일 가르칠 차시 연구와 실험준비물을 챙긴다.


가르침과 배움은 함께 성장한다. 배움을 통해 학생들도 성장하지만 가르치는 스승 역시 함께 성장하므로 가르침에 겸손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제의 진리가 오늘은 오류가 되는 시대에서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를 이어가야 하며 변화해야 한다. 독수리의 환골탈태를 다시 떠올리며 참 교사라서 올바른 교직의 길을 걷겠노라고 손에 힘을 준다.

장현재 경남 해양초 교사 qwe85a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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