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이런 종강식 어떤가요?

2018.07.25 11:00:02

소중한 학교 두드림 종강식 현장에서

가마솥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불볕 더위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제 우리 아파트는 잠시 정전이 있었다. 전기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 과부하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KTX도 철로가 늘어나 서행한다는 소식이고 동해안 해수욕장은 낮엔 너무 더워 한산하고 야간에 붐빈다고 한다.

 

‘소중한 학교’라는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작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지정 받아 올해 2년차 지정을 받았다. 내일이 방학식인데 얼마 전 두드림 종강식이 있었다. 장소는 서호경로당. 종강식을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뜻 있는 행사다. 두드림 시간에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사물놀이를 학습한 것이다. 그것을 발표회 형식으로 보여주는 시간이다.

오전 10시 경로당에 도착하니 사물놀이 리허설이 한창이다. 어르신과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총복습을 하고 있는 것. 잠시 후 무대와 객석이 만들어지고 종강식이 진행되었다. 이현숙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첫무대가 올랐다. 웃거리 사물놀이다. 상쇠의 신호에 맞추어 장구와 북, 징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어르신들은 흥겨움에 빠져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린다. 학생들 표정을 보니 따라서 하긴 하나 멋 적은 표정이다. 주도적 참가와 적극성이 아쉬운 순간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색소폰 연주. 다섯 분의 알토색소폰이 출연했다. 이 교장 선생님도 보이고 방금 사물놀이를 지도한 장 선생님도 보인다. 머나먼 고향, 그 때 그 사람, 만약에, 안동역에서 등을 멋지게 연주한다. 선곡을 보니 어르신들에게 눈높이를 맞추었다. 단순 선율 연주가 아니라 화음을 넣어 연주하니 듣기에 편안하다. 어르신들은 손뼉을 치며 흥겨워 한다.

이번엔 즉흥 무대다. 반주기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색소폰 연주자 한 분이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색소폰 연주로 분위기를 돋운다. 어르신들은 일어나 춤을 춘다. 소중한 학교 학생들도 어르신들과 한마음이 되어 춤을 춘다. 어르신과 손주 뻘 되는 학생들이 즉흥 한마당을 펼친 것이다. 대안학교 학생들은 자칫하면 위축되기 쉽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게 아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이것이 학습과 삶의 일부분 아닐까?

 

다음은 경로당 어르신의 출연 순서. 화려한 한복을 입으신 할머니가 아리랑, 창부타령을 부른다. 본인은 자신을 가수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이어 87세 라는 할머니가 민요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의 우렁참이 젊은이 못지 않다. 아마도 이 할머니는 100세 이상을 사실 듯싶다. 앵콜을 연호하니 한 곡 더 부르신다. 할머니들에게 무대만 마련되면 장기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이번엔 다함께 즐기는 포크댄스 시간. 방안의 소파와 의자를 복도로 내 보내니 넓은 공간이 마련된다. 학생들과 연주자, 어르신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포크댄스를 즐기는 시간이다. 독일의 민속무용 킨더 폴카를 배웠다. 1열원을 만들어 파트너를 정하니 포크댄스 분위기가 난다. 남녀노소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상대방과 손뼉을 치며 파트너를 바꾸니 재미가 있다.

이렇게 해서 두드림 종강식은 모두 끝났다. 이제는 간식 시간. 학교에서 준비한 백설기에 색소폰 연주자 한 분이 커다란 수박을 준비해 주셨다. 오손도손 도란도란 모여서 간식을 먹으니 꿀맛이다. 음식을 서로 권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오늘의 두드림 종강식 어떻게 탄생했을까? 5월 초순부터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사물놀이 연습을 하였다. 그러니까 3개월 동안을 연습한 것이다. 어르신들은 학생들을 어려운 처지를 알아 손주처럼 대하고 학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대해 인간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마치 친구사이처럼 다정하다.

 

여기에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만들어 색소폰 연주, 흥겨운 춤시간, 민요 시간을 넣고 다함께 하나 되는 시간으로 포크댄스를 넣은 것. 출연자가 즐겁고 참가자가 흥겨웠다면 성공작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적 요소가 가미되었으니 금상첨화다. 대안학교 학생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우리들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싸주지 않으면 그들은 갈 곳이 없다.

 

내일은 방학식. 소중한 학교 학생들 모두 건강하게 방학을 보냈으면 한다. 그리하여 개학날 웃는 모습으로 얼굴을 대했으면 한다. 오늘의 두드림 종강식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으리라고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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