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가로수를 살리는 사람들

2018.08.02 08:57:54

수원시 가로수정원사 봉사활동 현장 취재

2018년 7월 31일 오후 4시, 기온이 38도가 넘는 영통구청 옆 도로 봉사활동 현장에서 나는 무더위에 쓰러질 뻔 했다. 도로변 가로수 그늘 아래에 있는데도 숨이 헉헉 막힌다. 바로 옆 머내생태공원 그늘로 들어갔는데도 폭염은 막을 수 없다. 챙이 넓은 모자, 썬글라스 등도 아무 소용이 없다. 바람 한 점 없고 땡볕은 뜨겁기만 하다. 여기는 수원시 가로수정원사 봉사단 활동 현장이다.

 

작업 시작 전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차선식 팀장은 “섭씨 38도가 넘는 폭염의 날씨에 이곳까지 찾아와 주신 시민 봉사단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여러분 덕분에 수원의 가로수 7만 6천 여 그루가 잘 관리되고 있으며 넉넉한 공원과 가로수 덕분에 열섬효과가 감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봉사단이 활동할 100여 미터 구간을 살펴보았다. 가로수 수종 느티나무 13그루가 있고 가로수 8m 간격 사이엔 맥문동이 자라고 있다. 보도와 자전거도로 사이에도 느티나무와 맥문동 띠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맥문동의 이어짐이 끊어져 흉하게 보인다. 누가 이 맥문동을 죽였을까? 사람들의 무관심이 죽였다. 사람들은 지름길을 가기 위해 무심코 밟고 지나간다. 때론 횡단보도를 질러가기 위해 맥문동을 밟는 것이다.

오늘의 작업 내용은 맥문동 보식하고 물주기, 고사목 제거하기, 가로수 물주기, 가로수 현수막 줄 제거하기, 녹색띠 오물 제거하기 등이다. 이 더운 날씨에 이 작업들을 순조롭게 되었을까? 맥문동 보식할 장소를 괭이로 파니 파지지 않는다. 땅이 워낙 메말라 딱딱하게 굳어 버린 것. 급수차 두 대의 호수를 이용해 물을 뿌린다. 잠시 후 땅을 파니 작업이 진척된다. 이런 땅파기 작업을 단 1분만 해도 온 몸이 땀에 젖는다. 정말 힘든 작업이다.

 

오늘 보식할 맥문동은 300본이다. 나도 호미를 들고 땅을 파 보았다. 호미질을 하는데 무슨 소리가 난다. 흙 속에 자갈이 숨어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맥문동은 자라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 번식력이 좋아 이 정도이지 아마 다른 식물이면 다 죽었을 것이다. 이런 작업을 오늘 모인 시민 봉사단, 시청 공무원, 그린트러스트 직원 등 20여 명이 달라붙으니 점차 녹색띠가 완성된다. 가로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남성 봉사자 한 분은 느티나무 줄기를 살피고 있다. 수명이 다한 보조목을 제거한다. 나무에 매어진 현수막 끈을 칼로 자른다. 이 끈이 계속 매어져 있다면 나무의 생육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할 때 나무를 이용해 현수막을 매지만 그 이후론 무신경이다. 그래서 가로수 정원사 봉사단이 필요한 것이다.

2018년 현재 수원시 가로수정원사 봉사단은 60명으로 조직되어 있다 이들은 가로수 학교를 수료하여 어느 정도 가로수에 대한 전문지식가 관리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매월 1회 정기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활동 목적은 생활주변 가로수 생육실태를 파악하여 도움을 주고 가로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여 울창한 가로 녹지축을 구축하는데 있다.

 

오늘 현장 동행 취재를 하면서 가로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가로수는 도로구역 내에 경관을 조성하고 공해 방지,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줄지어 서 있는 큰키나무다. 가로수는 아름다운 경관 조성, 환경오염의 저감과 녹음 제공 등 생활 교통 환경 개선, 자연생태계의 연결성 유지 등의 기능을 하고 있는 고마운 존재다.

 

오늘 행사 주관은 수원시와 (재)수원그린트러스트다. 이득현 이사장은 “가로수 정원사 봉사단 관련 예산이 재작년보다 60% 줄어들어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2016년 5천만 원 관련 예산이 2천만 원이 되어 아직 가로수에 대한 시민의 의식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참여자 수나 실적에서도 그만큼 효율이나 성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이야기 한다.

 

그는 보다 적극적인 가로수봉사단 현장 활동을 위한 해결방안도 제시한다. 월별 가로수 및 녹색교육프로그램 강화, 상·하반기 가로수 학교 운영, 구역별 가로수봉사단 운영 등 시민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교육, 운영과 체험에 수원시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오늘 나온 봉사자 유재화 씨는 “날씨는 무더워 작업하기 힘들었지만 봉사하는 것이 즐겁고 맥문동을 다 심고 나니 보기에도 좋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냉커피와 방울 토마토를 간식을 준비한 안인영 씨는 “폭염에 함께 봉사활동을 해 준 동료가 무척 고맙고 앞으로 봉사단과 함께 수원시 가로수 관리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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