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노부모 부양 더블케어족(族)… 리스크관리 집중해야

2018.08.06 15:03:46

생애주기별 재무관리④ 5060 재무관리 전환기

 

다 큰 자녀에게 은행 역할을 하고(부모은행),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살진 않지만 경제적 부양은 해야 하며(원격부양), 기력이 있을 때 손주라도 봐줘야 하는(황혼 육아) 것이 지금의 5060세대의 삶의 모습이다. 윗세대인 부모와 아랫세대인 자녀를 돌보는 ‘더블 케어’를 넘어 이젠 손주까지 돌봐야하는 ‘트리플 케어’ 세대다.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에겐 애정담보대출을 기꺼이 내주는 부모은행이 있다.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직난과 갈수록 치솟는 집값에 빚내서 시작해야하는 2030세대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자는커녕 원금 회수도 불투명한 대출인 셈이다. 그러나 5060이 직면한 위험이 이것만은 아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직은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창업이나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본인이나 배우자의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고, 부부사이가 멀어져 황혼이혼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위험들은 곧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만 하는 이유다. 

 

관리 전략-회피‧축소‧이전‧보유

 

리스크는 발생할 확률과 발생했을 때 피해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고 관리 전략을 달리 할 수 있다. 
 

회피전략은 발생할 확률을 낮춰 리스크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든가 술을 마셨을 때는 아예 운전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축소전략이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피해의 정도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운전 시 안전벨트를 매는 것, 정기 건강검진을 해서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전전략은 리스크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보험이 가장 흔한 예다. 보험료를 지불하는 대신 위험이 발생했을 때 경제적 피해를 보상받는 식이다. 보유전략이란 리스크를 무시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큰 위험이나, 감기와 같이 가벼운 질병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과 같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인 5060에 있어서도, 각각의 위험에 대한 관리전략이 필요하다. 

 

부모은행의 애정담보대출 줄여라

 

한 은퇴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5060가구의 87.5%가 성인자녀에게 생활비나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거나 학자금이나 결혼자금, 주택자금과 같은 목돈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자녀에게 지급하는 월평균 생활비는 73만원이었으며, 목돈은 평균 5847만원을 썼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성인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사를 물었을 때 40%가 더 지원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들 가구는 평균적으로 약 1억 5162만원의 목돈을 더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5060시기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이후이다. 결국 부모의 노후자금을 헐어 자녀를 지원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나중에 자녀로부터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는 27.5%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넉넉한 노후자금을 헐어 자녀를 도와주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같은 조사에서 성인자녀를 지원하고 있는 5060가구의 61.5%가 노후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은퇴에 직면했음에도 자신의 노후보다 자녀 부양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정된 자산을 헐어 성인자녀를 도와주는 것은 단순히 노후 자금이 부족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적 부담감으로 무리하게 창업을 하거나 조급한 마음에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하거나, 금융사기와 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쉽다. 지금은 자녀에게 기댈 마음이 없다지만 막상 부모의 형편이 어려워지면 자녀 역시 모른척하기 쉽지 않다. 원치 않았던 경제적 부담을 생각보다 길게 자녀에게 줄 수 있다. 100세 시대가 아닌가?
 

부모와 자녀 간에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좋다. 5060세대가 직면한 가장 흔하고 경제적 부담이 큰 ‘성인 자녀’라는 리스크에 대해 적절한 지원수준을 미리 정해두고 상황에 맞춰 지원 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자산과 재무계획 리모델링해야

 

퇴직은 여러모로 큰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가정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소득이 변화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자산 배분과 재무 계획을 새롭게 짜야만 한다. 돈과 관련해 남은 일들을 확인하고, 소요자금과 필요시기를 예측해 보고 우선순위를 정해 재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목돈 지출이나 월 생활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들은 그 하나하나가 재무목표인 동시에 관리해야할 리스크다. 5060세대들이 주로 직면하는 위험으로는 크게 부양의무(성인 자녀, 노부모), 창업 실패, 큰 질병, 투자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 황혼이혼이 꼽힌다. 
 

이 중 발생 빈도가 낮고 사전에 예방이 가능한 위험으로는 금융사고와 황혼이혼을 꼽을 수 있다. 두 위험모두 확률은 낮지만 발생했을 경우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만큼, 사전에 조심함으로서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회피전략이 최선이다. 
 

성인자녀나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는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위험이지만 경제적 부담은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 즉 사전에 감당 가능한 경제적 부담의 수준을 정해두고 대안을 준비해두는 축소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중대질병의 경우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것이 위험을 전가하는 전략이다. 암과 같은 큰 질병에 걸렸을 때 목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미리 가입해두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5060세대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도 경제적 타격이 큰 것이 창업실패다.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조급하게 창업을 했다가 퇴직금을 전부 날리거나 큰 손실을 떠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무리한 창업은 회피하고 창업에 따른 투자 규모를 줄여 위험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례자는 남편의 퇴직을 앞둔 50대 교사 가정으로 취업준비중인 자녀와 아직 대학에 다니는 자녀와 함께 살고 있고, 연로하신 시어머니도 생존에 계신다. 남편 퇴직 후 당분간은 아내의 소득만으로 생활해야 하며, 아직 목돈 쓸 일이 많이 남아있다.  
 

먼저 남편의 퇴직금 중 일부를 헐어 1~2년 내 사용해야 할 학자금과 비상금으로 떼어놓고 나머지는 남편의 창업자금으로 묶어둔다. 퇴직 후 경제활동을 서두르기보다는 경력이나 관심사를 살려 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차근히 준비하는 것이 더 좋다. 현재 혼자 지내는 시어머니의 경우 건강이 나빠져 추가적인 생활비나 의료비가 필요할 경우, 시어머니의 집을 매각하거나 주택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도록 한다. 
 

자녀가 독립하거나 결혼 할 경우, 보유자산과 노후소득을 감안해 적절한 선에서 지원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가 출가한 후 부부가 지내기에 적당한 규모로 집을 줄여 필요한 자금을 충당 할 수도 있다. 

이선정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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