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食 학교에선 52시간 근무 꿈 못 꿔요”

2018.10.04 17:45:20

<현장 속으로> 숨 돌릴 틈 없는 영양교사 하루

하루 12시간 근무는 예삿일, 주말도 출근
가정도 건강도 포기… 2명 이상 교대 필요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주52시간 근무요? 적어도 2식 이상 급식학교 영양교사들에겐 남의 얘기네요. 8시 40분에 출근해서 중식, 석식 챙기고 퇴근하면 저녁 9시 40분쯤 돼요. 토요일 급식 때문에 주말에도 일하는데… 가정은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하루에 2식 이상의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의 경우 영양교사들의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1식만 하는 학교에 비해 2~3식을 하는 학교는 업무량이 2.6~4.3배 많지만 영양교사는 동일하게 1명만 배치되기 때문. 출근 후 석식까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하다 보니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주 52시간의 초과근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영양교사들의 업무 고충을 살펴보기 위해 인천 A고 급식실을 찾았다. 
 

2일 오전 8시 30분. 조식을 마친 학생들이 자리를 비우자 곧바로 중식과 석식용 식자재 검수가 시작됐다. 육류 납품 업체가 들어오자 B영양교사는 닭과 돼지고기의 무게와 온도, 유통기한을 일일이 체크한 후 재료를 보관시켰다. 다음 차례인 수산물 업체가 들어오기 전 교사는 알코올로 저울과 조리대를 소독했다. 이후 야채와 가공품 식자재까지 같은 방식으로 일일이 확인했다. 검수에만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숨 돌릴 틈도 없이 B교사는 조회를 열어 조리원들과 업무분장을 하고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이후에는 물건이 빠진 것은 없는지 품의서를 확인하는 행정업무를 했다. 11시 30분부터는 조리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덜 된 곳에 일손을 보탰다. 조리원이 부족해 그는 배식에도 나섰다. 중식 후 다시 발주서 확인 및 서류작업을 마치고 나니 석식준비 시간이 다가왔다. 준비부터 배식까지 마치고 나니 7시가 넘었고 식판 소독 및 바닥 청소 등 뒷정리 후 퇴근을 하니 오후 9시 30분이 넘었다.
 

“그나마 올해는 영양사 1분을 추가로 배치해줘서 조금 나아진 겁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 혼자 조식부터 석식까지 챙겼어요. 아침 6시 반에 출근해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죠. 너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둘 생각도 했고… 결국 몸이 못 버텨 휴직을 했네요.” 
 

급식실의 하루는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학생들의 건강이 직결된 문제인 만큼 위생관리, 식자재관리에 철저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리원, 영양사와 영양교사 8명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기에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위생‧안전사고 발생 위험률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2015년 기준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 38건 중 23건(61%)이 2식 이상을 제공하는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식 시간을 맞추다보면 항상 시간이 부족합니다. 작년 겨울에는 조리원 한 분이 급한 마음에 뛰어다니다가 미끄러져서 산재처리를 받는 일도 생겼고요.”
 

영양교사들은 2식 이상 급식학교에는 최소한 2명 이상의 영양교사를 배치해 교대근무 체계를 마련하는 등 업무과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다 체계적으로 급식을 관리하고 식단연구, 학생 기호 파악 등 급식질 개선에 힘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8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직무의 중요도와 업무량, 석식포함 2식 제공, 기숙사 운영 등을 감안해 적정인원 배치 및 교대근무 등 근로기준법에 맞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2식 이상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영양사를 추가 배치해 교대근무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의 예산 부족, 정원 미확보 등의 이유로 추가인력 배치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금명희 전국영양교사회 부회장은 “경남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3식 학교 영양교사의 업무경감을 위해 9개 학교를 대상으로 ‘영양교사 2인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며 “시도교육청이 의지를 가지면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영양교사 위험수당 지급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양사, 조리원과 동일 환경에서 근무하지만 영양교사만 위험근무수당에서 제외되는 것은 형평의 문제가 있다”며 “이밖에도 영양교사 법정정원 확보율이 52.8%에 머물고 있는 만큼 충원을 통해 학교당 한 명의 영양교사 배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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