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주인의 “어서 오세요!”와 “몇 분이세요?”

2018.10.11 11:09:51

일반음식점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서 오세요!”와 “몇 분이세요?”일 것이다. 음식점 주인이나 종업원이 손님을 대면하면서 던지는 첫 말이다. 아마도 영업이 잘 되는 고급음식점에서는 “예약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나는 음식점 주인이 손님에게 대하는 첫말을 듣고 음식점의 미래 명암을 짐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어제 일이다. 탁구 동호회 모임을 마치고 회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았다. 요즘 외식업이 어려운 사정인지 점심 미끼상품이 종종 보인다. 보통 점심 한 끼에 6천원에서 8천원 정도 주어야 하는데 이 곳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5천원이다. 시식도 할 겸 처음으로 이 곳을 찾았다. 내가 주인으로부터 처음 들은 말은 무엇일까? “몇 분이세요?”

 

홀 안에는 60대로 여자 손님 네 분이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다. 나머지 식탁은 비어 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이곳은 장사가 잘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우리 일행 5명까지 합하면 9명인데 점심 시간대에 이 정도 손님 받아서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음식점 주인의 표정을 보면 장사가 잘 되는지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 표정이 온화하거나 밝은 경우가 있고 밝지 않고 일그러져 있는 경우가 그 예다.

 

첫인사가 “몇 분이세요?”에 나는 조금 기분이 상하면서 엉거주춤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자가용 두 대로 오는데 내가 먼저 혼자 왔고 다음 차량에 몇 분이 승차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음식점 손님맞이 방식에 미숙함을 느끼는 것이다. 손님 숫자 파악은 누가 하는 것일까? 주인이 하는 것이다. 그것도 손님에게 물어서 편하게 하지 않고 조금 기다리면 숫자는 금방 파악할 수 있다. 10명 이상의 손님이라면 아마도 단체예약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 중화요리집이 하나 있다. 이 집도 12시부터 2시까지 시간대를 정해 자장면을 3천 원에 미끼 상품으로 내 놓았다. 아내와 같이 한 번 가서 자장면을 먹고 나서 판정을 내렸다. 다음에 다시 오지 않기로. 우선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가 없고 3천 원 자장면을 주문하면 얼굴 표정부터 못마땅한 표정이다. 손님이 민망할 정도다. 6천원 짜리 자장면을 3천 원에 팔기로 약속했으면 미끼상품 손님도 반갑게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장사가 되든지 아니 되든지 정상가를 받으면 된다.

 

첫인사가 “몇 분이세요?”는 이런 뜻으로 해석된다. ‘당신은 우리 음식점을 찾아 준 소중한 손님이 아닙니다. 한 끼 식사를 하고 가는 손님에 불과합니다. 영업에 약간 도움을 주는 손님이니 빨리 드시고 나가시지요’ 그러나 첫인사가 “어서 오세요!”는 ‘우리 음식점을 찾아 주시어 감사합니다. 좋은 자리에 앉아서 편안한 식사를 하고 가시지요. 주문메뉴도 여유 있게 결정해 주세요’

 

영업이 잘 되지 않으면 주인은 여유가 없는가 보다. 우리가 좌석에 앉으니 주인이 금방 다가와 무엇을 주문할 거냐고 묻는다. 손님이 앉아서 숨도 돌리며 음식점 분위기도 살피고 메뉴를 보면서 무엇을 시킬 것인지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도통 여유가 없다. 손님을 음식 주문을 재촉하면서 밀어 붙인다. 이것은 ‘주인인 내가 피곤하니 손님은 빨리 먹고 가라’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음식점도 있다. 음식점에 들어가면 미소를 지으며 “어서 오세요”한다. 빈 좌석이 많으면 손님이 마음에 드는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기다린다. 손님이 메뉴를 보고 주인을 부를 때까지 여유 있게 기다린다.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확인하고 주방에 주문한다. 손님이 음식을 드시는 동안 손님에게 부족한 것이 없는지 손님이 눈치 채지 않게 조용히 살핀다. 손님이 부족한 것을 요구하기 전에 물어서 챙긴다. 손님이 갈 때는 미소를 지으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한다.

 

나는 교직에서 은퇴 후 한국방송대학교 관광학과 1학년에 입학했다. 현재는 3학년이다. 배우는 과목이 모두 우리 실생활과 연결되어 있어 유용하기만 하다. 지금 배우고 있는 과목은 ‘외식산업의 이해’. 중간고사로 과제물 제출이 있다. 잊혀지지 않는 특별한 외식경험 세 가지와 그 이유를 제출하는 것. 수많은 외식 중에 어떤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을까? 해외여행도 있고 국내 여행도 있다. 시간적 여유 없이 허둥지둥 먹었던 것은 모두 불합격이다.

 

다음은 과제로 제출한 어느 음식점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주인 부부가 인상이 좋고 서글서글하다. 주인과 종업원이 손님을 미소로 맞아 준다. 미소 속에는 여유가 있다. 음식점 내부 인테리어가 포근하게 다가온다. 바닥과 탁자가 깨끗하다. 그릇이 위생적이고 거기에 담겨 있는 음식물이 정갈하다. 언젠가 음식 나오는 순서가 바뀌어 빠진 음식을 요구하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한다. 한 번 찾아온 손님은 기억을 하고 눈빛으로 아는 체를 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손님이 음식점을 찾는 것은 음식의 맛과 양, 재료, 가격, 위생, 서비스, 식당의 위치, 주인의 언행, 인테리어 등 여러 가지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탁구 동호회에서 단체 식사를 몇 차례 했다. 모두 반응이 좋다.”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어서 오세요!”라는 진심에서 우러난 반가운 말을 듣고 싶다. 음식 주문을 여유 있게 하고 싶다. 또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 우리도 이제 ‘빨리 빨리‘ 문화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 주인에게 들어가자마자 인원 수룰 보고하는 손님은 빨리 좌석에 앉아 먹고 가겠다는 것이다. 손님 숫자는 주인이 파악하는 것이다. 내 집을 찾아 준 손님 숫자 헤아리기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얼굴도 익히면서 단골손님 만들기에 좋은 기회다.

 

“요즘 음식점에서는 ‘어서 오세요!’라는 말을 듣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주인의 인사말이 없으면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손님이 나갈 때도 주인이 인사를 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라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담당교수의 말이다. 손님들은 음식점에서 서비스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음식점을 단번에 평가한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임을 실감한다. 외식서비스라는 직업,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성공한다. 이것은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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