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유치원 감사결과 공개에 따른 파장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청감사협의회가 15일까지 교육청 홈페이지에 ‘2013년 이후 초·중·고와 산하기관의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현장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감사결과가 곧 학교비리’라는 식으로 둔갑하고 학교가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질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공개한 유치원과의 형평성,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 법적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5개 시·도교육청이 학교명을 공개하고 있는 데다, 이를 반대할 경우 비리옹호나 적폐세력으로 몰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교육당국은 국민의 우호적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학교현장이 갖게 될 부담과 고민을 살폈는지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감사 결과의 실명 공개에 앞서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학교 실명을 공개하더라도 성명 등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정보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감사결과 공개가 특정 학교에 대한 비판용이나 공격용으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11월 15일 수능을 앞두고 학교명이 공개되면 해당 학교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공개시점도 수능 이후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감사결과 공개 범위를 2013년 이후로 소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미 감사 지적에 따른 개선과 이행이 끝났음에도 5년 전 것 까지 들춰내는 것은 자칫 망신주기 식으로 흐를 수 있다.
무엇보다 행정실수나 착오 또는 과실 등 경미한 사안이 감사 지적사항의 대부분임에도 ‘수백 건’, ‘수천 건’ 식의 숫자놀음에 의해 ‘엄청난 학교비리’라는 식으로 결론지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비리는 척결돼야 하고 잘못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학교감사결과 실명공개의 궁극적 목적이 학교나 교직사회의 비판과 공격이 되면 곤란하다. 개선과 재발방지에 그 목적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