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천하는 ‘포즐사’

2018.12.13 10:52:57

12월은 송년회의 달. 초·중·고 동문 송년회를 비롯해 한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모임이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나 역시 e수원뉴스 시민기자,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관계자 모임, 경기상상캠퍼스 활동가 송년회에 참가하여 올 한 해 활동을 돌아보는 뜻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세 곳 모두 공공기관 색채가 있어 그런지 사전준비가 잘 되어 있고 프로그램이 알차다. 참가자에게 만족감을 준다.

 

11일 오후, 내가 모임을 주관하는 뭐라도학교 시니어 동아리 ‘포즐사’(포크댄스 즐기는 사람들 약칭) 송년회가 있었다. 회원들은 정해진 날짜에 참석 의사를 밝히면 프로그램 계획과 진행은 오로지 운영자인 강사 몫이다. 어떻게 해야 참가자들이 만족해하는 송년회를 만들까? 올해가 동아리 생긴 이래 두 번째 송년회인데 작년 프로그램을 반복할 수는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넣어야 한다. 주요 흐름은 즐거움, 친교와 감사, 공부 등이다.

 

프로그램 계획에는 교직생활이 밑바탕이 되었고 앞서 참석한 송년회를 참고로 하여 교직에 있는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불어라 불어라’ 게임, 빙고 게임, 삼행시 짓기, 회원 상호간 감사의 덕담 낭송하기, 감사장 전달, 포크댄스 시간이다. 프로그램 별로 상품을 준비했다. 상품은 계절에 맞게 털장갑, 보온용 토시, 수면 양말을 구입했고 집에 보관 중인 선물 10개를 준비하니 참가자 1인당 1개 이상 돌아가게 된다.

 

 

첫 프로그램은 ‘불어라 불어라’ 게임. 참가자들이 둥그렇게 의자에 앉아 술래의 설명에 따라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의자는 하나가 부족하다. 강사인 내가 시범을 보인다. “바람아 불어라 불어라! 수원시평생학습축제 동아리 경연대회에 출연한 사람!” 자신이 거기에 해당하면 일어나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다. 의자가 앉지 못한 사람은 술래가 되고 문제를 내게 된다. ‘포크댄스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술래의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더 재미 있다.

 

다음은 빙고 게임. 참가자들은 화이트보드 30칸에 자필 자기이름을 쓰고 우리가 배운 포크댄스 이름, 포크댄스 용어와 대형 등을 기록한다. 각자 소지한 빙고 게임 용지 16칸에는 보드에 있는 것 중에서 골라서 적는다.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 자기가 적은 한 가지에 대해 설명한다. 회원을 칭찬할 수도 있고 포크댄스 용어 복습 설명 기회도 된다. 이야기를 들으며 해당하는 것을 기록했으면 ○표를 한다. 이렇게 해서 가로와 세로 또는 대각선이 생기면 ‘빙고’가 되어 선물을 받는 것이다.

 

동아리의 정체성과 활동 보람을 생각하게 하는 삼행시 짓기. 포즐사를 첫 글자로 하여 삼행시를 지으며 이 동아리 활동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 포스트잇에 적은 것은 게시판에 붙여 공유 기회를 갖는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크게 읽어 소개 한다. 회원 상호간에 덕담 쓰고 낭독하기는 시간이 소요된다. 1년간 활동하면서 고마웠던 분을 생각하고 간단하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시간인데 표정이 진지하기만 하다. 편지를 낭송하고 진행자가 건네는 선물도 전달하는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오늘 송년회에서는 처음으로 감사장 전달이 있었다. 1년간 동아리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회원에 대한 강사의 감사장 전달이다. 대상자에는 회장과 총무가 선정되었는데 강사는 회장에게, 회장은 총무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며 각자 준비한 선물을 증정하였다. 회장의 리더십과 총무의 헌신적인 봉사로 동아리가 유지되고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어 임원 개선이 있었다. 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부회장 겸 총무에는 새로운 회원이 선출되었다.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포크댄스 시간. 포즐사는 송년회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정기모임 시간을 활용한다. 그래서 낮 시간에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하는 것이다. 송년회에 가장 어울리는 포크댄스는 무엇일까? 바로 ‘굿 나잇 왈츠’다. 영국의 민속무용인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음악 ‘올드 랭 자인’이다. 일열 원에서 파트너를 바꾸어 가면 인사를 나누고 원 안과 밖으로 이동하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이다. 1년 이상 정기모임에서 활동한 회원들이라 금방 배우고 음악에 맞추어 즐긴다.

 

 

우리는 송년회 참가자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강당 앞 복도로 자리를 옮겼다. 수원시평생학습관 방문객이나 이용자에게 동아리를 홍보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그 동안 배운 킨더 폴카, 푸른 별장을 추면서 포즐사의 존재를 알린다. 5시. 자녁 회식 메뉴는 몸보신용 한방 오리백숙이다. 이렇게 하니 송년회도 일찍 끝난다. 흥청망청할 시간이 없다. 시간을 알차게 보낸 것이다.

 

새삼 송년회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한 해 활동을 돌아보는 것이다. 내가 꺼려하는 것은 먹고 마시고 끼리끼리 이야기 하다 헤어지는 것. 송년회 프로그램보다는 얼굴 보러 모였다는 데 의미를 둔다. 이런 모임엔 가지 않는다.

 

우리는 게임을 하면서 지난 활동을 생각해 보고 배운 것을 복습도 하고 삼행시를 지으며 동아리 활동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고마운 회원에게는 편지를 써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상품 여러 개 받은 사람은 못 받은 이웃에게 나누어 준다. 참으로 아름다운 퐁경이다. 내년 송년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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