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은퇴 후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도전기

2019.02.25 12:59:13

교직 은퇴 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은퇴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2016년 2월에 교직에서 은퇴하자마자 방송대 1학년에 입학, 지금은 4학년이다. 평생학습을 실천에 옮긴 것. 성적우수 장학금과 발전기금 장학금 모두 8차례 선정되었다. 처음엔 즐겁게 공부했으나 점차 욕심을 부려 A+를 위해 공부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 공부하는 모습이 초췌해 애처롭다는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여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잠시 방송대를 쉬기로 했다.

 

주민센터 기타초급반은 1년 하다가 그쳤다.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초보들이 계속 들어오다 보니 수업이 복습을 반복해 그만두고 말았다. 일주일에 두 번 나가는 탁구교실은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체력증진에도 도움이 되고 나보다 실력이 나은 분들에게 도전하여 승리하는 쾌감이 짜릿하다.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어서 혼자서 서열을 메겨가며 상위에 머물도록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도전은 즐겁다’를 실천하고 있는데 탁구는 앞으로도 계속할 작정이다.

 

다음엔 대안학교 국어교사. 학교생활에 적응이 힘들거나 정규학교에 도저히 다닐 수 없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첫해엔 심성이 거친 학생들의 교권 무너뜨리기에 힘겨워 했다. 다루어 본 경험이 없어 난감하기만 했다. 공부보다 인간관계 맺기에 힘쓰고 그들의 관심사에 공감하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작년에는 학생들과 시간 때우기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수업으로 이끄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다음엔 본업인 포크댄스 강사. 본업이라고 해서 돈벌이가 목표가 아니다. 인생후반기를 사는 분들에게 포크댄스 재능 기부를 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면서 보람을 찾는 활동이다. 2017년 5월부터 매주 1회 지도하는데 열정을 바친 결과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성과도 나타났다. 수원화성문화제와 평생학습축제에 출연하여 우수상을 받기도 하였다. 작년엔 두 곳의 문화재단에서 지원금으로 강사료를 받기도 하였다.

 

얼마 전 새로운 도전을 했다. 바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에 응모. 강사 모집 공고를 보고 강사지원서, 이력서, 강의 계획서와 요약서, 자격증명서와 경력중영서 등을 제출했다. 셔류전형에 합격하고 면접시험에 대비하였다. 교직에 있을 때 면접관 역할은 여러 번 하였지만 내가 수험생이 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면접 통과를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

 

취업 시험 경험이 많은 딸에게 면접대비를 물으니 답이 나온다. “아빠, 예상면접 문제와 답변자료 만들고 능숙하게 숙달될 때까지 달달 외워야지!” 포크댄스 지도경력이 30년이 넘기에 느긋하던 나는 딸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내와 아들의 조언을 받아 예상문제 3개를 만들었다. 자기소개, 포크댄스의 장점, 지도상의 유의점을 만들어 여러 차례 읽으며 면접에 대비하였다. 이렇게 하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면접 대기실에서 출력물을 보는 나는 영락없는 취업준비생이었다.

 

면접은 내면도 중요하지만 외모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미장원에서 이발과 함께 염색을 했다. 평소 염색은 집에서 했지만 특별히 멋을 낸 것이다. 미용사는 합격하라고 눈썹까지 엽색을 해 주었다. 나이를 가늠하는데 있어 머리색깔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염색을 하고 나니 10년은 젊어 보인다. 경기상상캠퍼스 포크댄스 동호회원 동갑내기는 “강사님이 총각이 되었네요”라고 추겨 세운다.

 

면접날 아침 일찍 샤워를 하니 출근하는 아들이 비비크림을 건네준다. 밀크로션에 섞어 바르면 기미와 검버섯도 안보이고 주름도 감추어 준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세안 후 사용할 화장품 스킨케어 세트를 샀다. 출근을 하지 않다 보니 외모 가꾸기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 아내는 나의 늙어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안타까워한다. 젊음을 유지하는데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아내의 말이 옳은데 고집을 부리는 내가 못난이 같다.

 

10시 면접 시작인데 구청에 30분 전에 도착했다. 10시 면접자는 모두 다섯 명. 노래교실, 실버요가, 실버체조, 웃음치료 강사들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나만 초보이고 모두 유경력자들.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내가 첫 면접을 받았다. 면접관은 모두 세 분. 담당과장의 첫 질문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잘 오셨습니다. 인생관이 무엇인지요?” 공직에 있을 때 나의 생활신조인 ‘도전은 즐겁다’와 ‘실행이 답이다’를 말씀 드렸다.

 

면접관의 질문을 내가 준비한 답변자료와 연결시키니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 애가 타서 홈페이지 게시판을 아침부터 여러 차례 들어가 보았다. 오후에 합격자 공고가 떴다. “합격이다!” 문자로도 왔다. “귀하께서는 2019년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모집 최종합격자이십니다” 이제 3월부터 경로당 세 곳을 나가 두 시간씩 포크댄스를 가르치게 된다. 얼마 전에는 사전답사로 경로당을 들려 회장, 총무, 회원들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포크댄스 시범을 보여드리기도 했다.

 

교직에서 은퇴 후 지자체 주민들이 낸 세금이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금액은 크지 않다. 그러나 오랜 공직생활 탓인지 일이 있으면 활기가 솟는다. 얼마 전 사소한 일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였다. 아내는 “당신, 포크댄스 하면서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아주 기가 살았네요!” 아내와 자식들은 나의 절대적인 응원자요 지지자들이다. 오늘의 합격, 가족의 힘이 컸다. 역시 가족의 힘은 위대하다. 우리 가족 만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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