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호수엔 봄이 얼마큼 왔을까?

2019.03.19 09:16:02

2022년 수원수목원이 조성될 일월공원. 이 공원엔 일월호수(율천동, 구운동 일원)가 있다. 지금도 인근 주민들의 산책과 휴식공간으로 환영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원의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일월호수엔 봄이 얼마큼 왔을까?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우리 아파트에선 아직도 겨울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오늘 보니 수양버들이 연두색을 띄기 시작했다. 가지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것. 일월호수로 나가 본다.

 

봄이 왔음을 알려 주는 것은 입구의 노오란 산수유꽃. 산수유꽃은 봄의 전령사라 할 만하다. 꽃봉오리가 맺혀 있다. 그리고 봄바람. 아직 차갑지만 어제의 그 바람이 아니다. 몸을 웅크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펴게 한다. 호수를 거쳐 오는 바람은 시원하기까지 하다. 산책객들의 봄은 옷차림에서부터 온다. 겨울옷이 더워 보인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어린이들이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산책로 주변의 밭을 보았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농사 준비에 한창이다. 이미 밭을 일구어 놓았다. 땅을 파서 갈아엎고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놓았다. 이제 좀 있으면 파종을 하고 모종을 옮겨 심을 것이다. 여기에 오이, 토마토, 고구마, 감자, 가지 등이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농부들은 일 년을 내다본다. 농사처럼 시기가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잡초를 막기 위해 비닐을 덮어 놓은 밭도 보인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비닐, 농약, 비료를 쓰지 않을 수는 없을까?

성균관대학교에서 사용한 물이 정화되어 유입하는 다리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우와, 여기는 물 반, 고기 반이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순간, ‘사람이 주는 새우깡이 물고기 생존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호수에선 오리, 물닭이 유영하고 해오라기, 왜가리,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뿔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를 보았다.

 

야외공연장에 도착했다. 나무에 핀 하얀 꽃이 눈부시다. 매화꽃이다. 아내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란다. 남쪽 지방에는 이 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이다. 수원은 이제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만개한 꽃보다 꽃봉오리가 더 귀엽게 보인다. 벌들이 꿀을 찾아 꽃에 모여든다. 호수를 배경으로 기록사진을 남겨본다. 매화꽃을 보며 열매인 매실을 떠올려 본다.

 

잠시 후 눈부신 장관이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비탈 언덕에 큰개불알꽃이 군락을 이루었다. 누가 이것을 옮겨 심었을까? 아니다. 자생한 것이다. 작년보다 군락 면적이 다섯 배 정도는 늘었다. 이 꽃은 명칭이 특이해 이름을 외우고 있다. 아내는 꽃의 이름이 명칭 때문에 ‘봄까치꽃’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꽃의 크기는 너무도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 꽃을 자세히 보려면 엎드려야 한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열중하니 지나가는 산책객이 발길을 멈춘다. 그리고 이 꽃의 군락을 보고는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핸드폰을 꺼낸다. 꽃을 촬영하는 어느 노부부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이 군락에서 공생하는 꽃이 있다. 노란 민들레꽃이다. 꽃 색깔이 진하다. 민들레꽃 형제도 있고 삼형제도 있다. 의좋게 피어 있다. 올해 들어 처음 보는 민들레꽃이다.

 

인근 논둑으로 갔다. ‘봄’하면 그래도 냉이다. 어렸을 적에는 누나 여동생과 냉이를 캐러 다녔다. 겨울을 이겨낸 지금의 냉이가 향내가 진하다고 들었다. 나도 몰래 노래가 흘러나온다. “푸른 잔디 풀 위로 봄바람은 불고 아지랑이 잔잔히 끼인 어떤 날, 나물 캐는 처녀는 언덕으로 다니며 고운 나물 찾나니” 이상하게 ‘봄 처녀’는 귀에 익은데 ‘봄 총각’은 낯설다. 아내에게 퀴즈도 낸다. “여보, 조금 나왔는데 많이 나왔다고 하는 것은?” “쑥!”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배수구를 지나 둑 아래로 왔다. 일월 행복 텃밭이다. 여기에선 도시농부가 꽃과 농작물을 가꿀 것이다. 목련이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울 준비를 했다. 카메라로 목련과 푸른 하늘, 흰 구름을 잡아본다. 마치 한편의 그림 같다. 오늘 일월호수에서 봄을 찾아보았다. 봄은 우리 곁에 벌써 와 있었다. 도심 한 가운데에서 자연을 함께할 수 있어 시민들을 행복을 느낀다. 일월호수는 우리를 언제나 반겨준다. 오늘 봄을 보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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