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국어+음악+체육+미술 = 우리들만의 성장드라마

2019.03.26 10:26:23

<수업이 달라진다> ⑲ 충북 매괴여중 ‘아다지오 융합수업’

모둠시·군무·합주 '공연 만들기' 
잔과정 학생 스스로 풀어가야 
‘창작의 고통’ 함께 넘으며 자란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2학기 내내 고생했던 우리들의 성장기…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더 뿌듯했다.”
 

충북 매괴여중(교장 이수한) 1학년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 가운데 1위로 꼽은 ‘아다지오’ 융합수업에 대한 평이다. 반티를 입고 뛰어노는 ‘운동회’도, 서울 소재 명문대를 돌아본 ‘캠프’도 아다지오 수업에 미치지 못했다.
 

매괴여중의 아다지오는 ‘아름다운 예술로 마음을 다스리며 지내는 오늘∼ 내 마음 알아쥬∼’의 약자를 딴 과정중심 융합수업의 명칭이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음악의 악상기호 아다지오에서 따온 만큼,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이루며 공동체의 기쁨을 체험하자는 의미의 수업이다.
 

수업은 한 가지 주제를 갖고 모둠별로 공연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진로수업을 통해 주제에 대한 방향을 잡아주면, 국어시간에 이에 맞는 모둠시를 짓고 시나리오로 발전시킨다. 가면(미술), 무용(체육), 타악기연주(음악)는 시나리오에 맞게 표현한다. 이렇게 완성된 5분짜리 가면무용극은 12월 중하순 경 학교축제 때 무대에 올라간다.
 

교사들은 아다지오에 대해 ‘과정중심 융합수업’을 본질로 여기고 있다. 결과를 중요시 여기면 교사들이 개입하게 되고, 잘 하는 아이 몇 명이 주도하게 된다. 아다지오 수업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각자 역할에 맞게 협력하는 공동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융합 결과 시너지 효과 좋아
 

홀로 하는 창작도 어려운데 공동의 창작은 더욱 그렇다. 시나리오부터 동작, 음악, 연출까지 조원들 스스로 해야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역할이다. 답보상태의 연속이지만 교사들은 힌트만 슬쩍 주는 식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아다지오가 끝난 후 ‘힘들지만 뿌듯했다’고 되돌아본다. 사실 자유학기제 기간에 ‘힘들다’는 평이 나오는 자체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보통 자유학기제는 학생 최대의 ‘적’ 시험이 없어 ‘가볍게 넘어가는’ 기간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 기간 수업혁신을 통한 융합수업으로 아이들에게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선사하는 것 역시 매우 의미 있는 교육효과로 다가서고 있다.
 

매괴여중의 아다지오는 2015학년도 최현주 음악교사와 정애련 체육교사가 자유학기제에 맞춰 젬베연주와 현대무용을 융합한 수업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율동에 어울리는 리듬감을 키워주고 협동심과 창의성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에 잠재된 능력을 키워주고자 했다.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좋았다. 판을 깔아주니 교사들이 생각지도 못한 결과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교육부 주최 ‘2016자유학기제 성과발표회’에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이후 학교예산이 지원되고 한 과목씩 추가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최현주 교사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시너지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다”며 “모든 학생이 힘든 과정을 넘기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창작과정 ‘인내’의 연속
 

진로·국어·미술시간은 별도로 운영되고 음악·체육시간은 블록타임으로 진행된다. 5∼6명이 1조씩 한 모둠을 이루고, 두 모둠이 협동관계로 묶인다. 한 모둠이 작품 발표를 할 때 뒤에서 짝 모둠이 젬베 연주를 가지며 큰 모둠의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다.
 

9월에는 국어시간에 모둠시를 짓게 하는 한편, 현대무용과 젬베 리듬의 기본을 익히게 한다. 
 

모둠시 작업은 모둠 내 각자 시 한 행씩 지은 후 해석하며 배열해 완성한다. 시를 잘 쓰는 아이가 전체를 다 할 수 있어 모든 학생이 한 행씩 쓰게 하고 있다. 함께 수정하며 완성하는 작업은 약 한 달이 소요된다. 이를 갖고 기승전결을 갖춰 무용극에 맞는 이야기를 한 달 간 만든다.
 

김유나 국어교사는 “각자 쓴 이유가 있기에 시를 재배열하는 과정이 원활하지만은 않다”며 “시나리오를 만들어도 무용극으로 만들 때 수정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공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그동안 익힌 무용의 기본동작과 젬베 기본리듬으로 한 달 반 정도 모둠별 무대제작에 들어간다. 창작의 고통은 아이들의 앞을 가로막고 또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돕기만 한다. 해주고 싶어도 참는다. 이 역시 인내와의 싸움이다. 
 

정애련 교사는 “급한 마음에 동작을 만져주면 끝까지 다해줘야 한다”며 “아이들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멘토 역할을 철저히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이 과정 속에서 교사들도 많이 배운다”고 털어놨다.

 

 

 

◇평가기준은 ‘협동·배려·창의성’
 

평가는 ‘과정중심’을 강조하면서도 창의성, 완성도를 함께 고려한다.
 

국어의 경우 모둠시의 완성도를 본다. 시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 해석이 타당한지,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등이 요소다.
 

체육은 군무를 어떻게 융합해서 잘 표현했느냐다. 아이들도 하다보면 안다. 예쁘게 보이는지 성의가 있는지, 열심히 했는지 등은 동작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상한 동작의 연속이었어도 어떻게 좋아지는지를 모두 기록한다. 
 

음악의 경우 다른 조의 무용과 음악에 대한 타악기 연주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잘 연주하느냐다. 젬베 외에도 윈드차임, 레인스틱, 트라이앵글 등을 조화롭게 섞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최현주 교사는 “과정중심이다 보니 작은 부분이라도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 밴드에 공유하고 있다”며 “축제 때 단 5분간의 공연이라 허탈해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한 모습들은 기록에 남겨진다”고 전했다.
 

정애련 교사는 “조금 뒤처지는 A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A를 주인공으로 하고, 그를 계속 도와줘 개선되는 부분을 보여줬다”면서 “우리는 그 조를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교사들은 힘들지만 보람은 크다. 정 교사는 “매 수업마다 끝나면 워크숍을 한다”면서 “한 학기가 매우 길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여건이 닿는 한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인 시 작업은 ‘보너스’
 

국어시간에 두 달 간 모둠시와 시나리오를 만들고 나면, 남은 두 달은 개인 시 작업을 이어간다. 김유나 교사는 독서단원을 활용해 이 기간 다수의 시집을 읽고 자신만의 시를 쓰도록 한다. 이 과정 역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돕는다.
 

일단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집 40권 정도를 구입해 수업시간에 들고 가면 아이들은 호기심을 보인다. 교사는 하나씩 만져보고 들쳐보도록 하고 옆에서 지켜보다, 아무거나 한 권 마음에 드는 시집을 골라보고 느낌을 쓰게 한다. 친구에게 어울리는 시를 골라서 선물하기도 시킨다. 한 학기 내내 하다보면 두 세권씩 읽게 된다. 시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생각보다 멀리 있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자신만의 시 한편을 쓸 수 있다.
 

이 교사는 “문학적 표현을 세련되게 썼느냐는 제외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썼는지, 어른 흉내를 내지 않았는지 두 가지만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은 너무 어른들의 표현을 흉내 내는 아이가 있어 계속 돌려보냈더니 마지막에는 정말 솔직하게 ‘통과시켜주세요’라는 내용을 썼더라”며 “통과시켜달라는 요청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 통과시켜줬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아이들이 쓴 작품들은 모아서 시집을 냈다. 이 역시 모둠공연 못지않게 뿌듯한 창작물로 남게 되는 ‘아다지오’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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