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여성 독립운동가 만나고 왔어요”

2019.04.03 15:10:45

수원박물관, 3·1 운동 100주년 기념 테마전 관람

 

올해 우리 국민들에게 주어진 숙제 하나.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3·1 운동을 재조명해 보는 것. 기자는 숙제 하나를 빨리 끝마쳤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수원박물관에서 숙제 마감시한, 즉 전시기간은 6월 9일이지만 앞당겨 한 것이다. 이 기사를 보는 사람이라면 4∼5월 중에 수원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들려 수원 여성의 독립운동을 살펴보았으면 한다.

 

3·1 운동부터 광복까지 계속된 독립운동은 신분, 성별, 나이, 직업에 구애 받지 않고 전 민족이 참여한 투쟁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활동이 자료 부족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원박물관이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수원 사람들의 독립운동 특별전시회’도 주로 남성운동가를 중심으로 발굴되었다. 그러나 이번의 전시회는 여성 독립운동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구 위의 반은 남자, 지구 위의 반은 여자. 남자들이 독립운동에 앞장 섰으면 그것을 뒷받침한 사람은 여자다. 여기서 여자는 딸, 아내,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결혼을 했다면 아내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수원박물관 김경표 학예사는 “지금까지 자료 발굴은 안타깝게도 여성에게 주목을 하지 않아 남성이 90%. 여성이 10%”라고 한다. 이번의 테마전이 여성에게 주목하는 이유가 된다.

 

기자의 첫 시선을 잡은 것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대한독립 여자선언서’. 1919년 2월 간도의 애국부인회가 작성한 것이다. 내용은 여성의 독립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즉, 독립운동은 우리의 제일 의무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때를 놓치면 성사되지 못한다. 여성들은 속히 분기하자는 것이다. 거사를 앞두고 독립운동 동참에 대한 긴박감이 묻어난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1부 일제 식민지배와 수원 사람들의 항거, 2부 수원 기생 만세운동의 주역 김향화, 3부 구국의 선봉에 나선 학생 이선경, 4부 수원 여성의 독립운동,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 ‘전시회를 개최하며’는 우리글, 영어, 한자, 일본어로 구성되어 있고 에필로그는 ‘반성없는 용서란 없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타이틀이 붙어 있다.

 

우리의 기존관념에서 기생 이미지는 어떠한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전시물을 보니 생각이 확 바뀐다. ‘수원 기생의 성복참례’(1919. 1.29 매일신보.)는 수원 기생들이 고종의 승하 소식에 일체의 가무를 멈추고 근신하였으며 소복과 나무비녀 차림으로 상경하여 성복(成服) 참례(參禮)했다는 보도다. ‘수원 기생 자선극’(1922. 5.7 동아일보)은 수원 기생들이 수원강습소 운영비 마련을 위해 자선공연을 펼친 내용이다.

 

 

기생 신분으로 일제의 총칼 앞에 당당히 맞선 김향화와 32명의 기생들. 그 날은 1919년 3월 29일이었다. 일제가 화성행궁 앞에 설치한 자혜원과 경찰서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것이다. 비록 기생 신분이었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한 그녀들의 투쟁은 그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던 것이다.

 

경기도의 유관순이라 불리는 이선경. 그는 박선태, 이득수, 최문순, 임효정 등과 등과 함께 비밀결사조직 구국민단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에 발각, 검거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였다. 8개월 후 석방되었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석방 9일만에 19세의 나이로 순국하였다. 유관순 열사가 1920년 순국하고 난 지 6개월만인 1921년 4월 21일 이선경 열사는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

 

김향화와 이선경 외에 소개된 수원의 여성독립운동가는 더 있다. 남편 임면수와 독립운동의 평생 동지로 살아온 전현석, 수원 출신 독립운동가와 결혼해 함께 독립운동을 한 간호사 출신의 이그레이스. 또 문봉식, 차인재, 최경창, 홍종레 등. 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이 자신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생각했다. 특히 사진 한 장에 주목이 간다. 1916년 수원삼일여학교 송별회 사진인데 여기엔 김세환 선생과 나혜석, 박충애, 차인재 등 독립운동에 앞장 섰던 제1회 졸업생이 보인다.

 

흔히들 박물관을 구시대의 유물을 모아 놓은 곳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박물관은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 역사의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에게는 또 다시 비극이 찾아온다. 독립운동가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자유와 평화, 저절로 생겨나고 얻어진 것이 아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수원박물관 테마전 관람을 적극 권유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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