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점심 직후 5교시’, 이 말만으로도 나른함이 밀려온다. 아이들은 그냥 앉아 있기만으로도 벅찬데, 지루한 수업 내용은 자장가처럼 감미롭게 들려온다. 애써 준비한 수업을 열심히 해보지만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무기력한 교실만큼 선생님을 힘 빠지게 하는 것도 없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선생님들이 무기력한 아이들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입시 스트레스에 지치고, 현란한 매체 환경 속에서 기존의 수업이 매력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쳐 있는 교실을 깨우기 위해 선생님들은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인다.
과목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주고받는 ‘호흡’이 아닐까? 상호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때 선생님이 의도한 수업이 오롯이 전달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기력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출발점은 무엇일까? 그리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수업 속에서 이루어지는 적절한 ‘질문’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은 ‘모르는 것을 묻다’의 의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수업에서 활용하는 개념은 조금 다르다. 질문의 사전적 정의는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물음’의 뜻을 갖고 있다. ‘발문’은 보다 청자의 다양한 사고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떤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여 그에 대한 대답을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것’의 의미를 갖는 발문을 적절히 한다면 적극적인 수업의 참여는 물론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막연하게 묻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지식을 스스로 조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에 들어가면 인사를 마치고, 바로 칠판에 퀴즈를 낸다. 물론 수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힌트를 하나씩 적어가며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힌트가 쌓여가며 부여하는 포인트는 점점 높아지고, 아이들의 관심도 높아진다. 개인별로 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답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여러분도 맞춰보기 바란다.
2음절 단어, 1) 보석, 2) 나무, 3) 주라기 공원, 4) 한복 장신구 5) 송진 (정답은 다음 호에)
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과 연결하여 생각을 떠올리고, 답을 찾아간다. 이러한 연상 과정은 단순히 정답을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구조화하는 과정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일치했을 때 느끼는 쾌감과 성취는 굉장히 크다. 졸업생들이 찾아와서 아직까지 문제의 힌트와 답을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인지심리학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질문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질문을 활용한 교육 방법은 교육의 시작과 함께 해 왔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은 이러한 질문의 힘을 통해 내면의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방법이었다. 질문의 방법과 내용을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좀 더 쉽게 준비하고 활용할 수 있다. 신규교사 연수 때 이러한 방법을 새내기 선생님들께 소개하였고, 요청하신 선생님들께 정리한 질문들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오늘 배울 내용, 사회적 이슈, 아이들의 관심사에 맞는 질문을 만들며 선생님들 스스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질문 하나로, 잠든 교실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의 설계를 매력적인 질문 만들기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