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국가 지탱하는 버팀목, 산정의 ‘주목’ 같아

2019.06.19 17:33:03

‘나무의 말이 좋아서’ 펴낸
김준태 충남과학고 교장

나무의 삶을 사람의 삶과 연결해
과학·역사·철학·문학적으로 접근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고만고만한 풀, 나무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숲 어귀에 들어섰고,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초록빛을 뽐내는 참나무와 마주했다. 이름 그대로 사람에게 참 좋은 나무,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이 ‘젊어서나 늙어서나 참나무처럼 살아라’ 노래하던 그 나무, 잎·줄기·열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쓸모 많은 나무…. 포레스트 에세이 ‘나무의 말이 좋아서-오늘도 나는 숲으로 갑니다’는 그렇게 한참 동안 6월의 참나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책에는 봄부터 겨울까지 숲에서 만난 나무가 전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이들의 삶의 방식과 원리를 과학적·역사적·철학적·문화적인 관점에서 풀어낸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산과 숲일지라도 그때, 그 순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스토리텔러(storyteller)는 김준태 충남과학고 교장이다.
 

그는 20여 년간 전국 200여 곳의 산을 찾았다. 산을 탐험하며 정상에 오르는 ‘등산’이 아니다. 숲, 나무와 대화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도 정리하는 ‘성찰’의 시간이다.

 

식물학 박사이자 생태융합, 생명철학을 탐구하던 김 교장은 “숲, 나무의 과학을 사람들의 일상과 연결하면 산이 더욱 친근해지리라 생각했다”며 숲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교육은 교실 안에서 가르친 내용이 교실 밖으로 나오면 사라지곤 합니다. 교과서 속 이야기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지요. 특히 숲과 나무, 과학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스토리텔링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숲과 나무의 사연을 융합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숲은 늘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저마다 숲에서 찾는 즐거움은 다르지만, 그는 “나무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이 숲을 찾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했다. 
 

“우리 나무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있습니다. 나무껍질이 ‘자작자작’ 탄다고 자작나무, 잎사귀와 도토리가 작다고 졸참나무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때죽나무…. 역사적으로 모두 서민들이 지어준 이름이 있죠. 나무에 대해 잘 모를 때 지리산에 간 적이 있어요. 함박웃음처럼 크고 하얗게 핀 꽃이 있어 ‘함박꽃 같다’ 이야기했는데, 진짜 이름이 함박꽃나무였지요. 시대를 막론하고 서민들의 감성은 비슷하구나,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나무 가운데 ‘교사’하면 떠오르는 나무가 있는지를 물었다. 김 교장은 ‘주목(朱木)’을 꼽았다. 책 속에선 주목을 이렇게 묘사한다.

 

‘나무줄기가 붉어 붉을 주(朱)자와 나무 목(木)자를 써서 주목이다. 나무가 단단해 썩지 않고 제자리에서 천년을 버티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나무이다.’ 
 

“지리산이든, 소백산이든 높은 산에 올라가면 꿋꿋이 산정을 지키고 있는 주목을 만납니다. 어느 사회, 어느 국가든 교육이 그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을 수행하는 교사의 역할을 존중해야 하고, 교사 또한 그 책무를 다해야겠지요. 그렇게 교사는 주목처럼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라야 합니다.”
 

녹록지 않은 교단의 현실을 극복할 방법도 숲에서 찾는다. 나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그것을 ‘진화’라 부른다. 초기의 나무들은 잎의 크기가 크고 넓어 밑에 있는 잎들이 위에 있는 잎들에 가려 빛을 받지 못했다. 나무들은 큰 잎을 조각조각 자르기 시작했다. 잎사귀 사이로 빛이 밑에 있는 잎까지 도달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변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하게 한 나무처럼 교사들도 자부심을 품고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치고 힘들 때,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 부담 없이 거닐 수 있는 숲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정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습관을 만들다 보면 교직 생활이 훨씬 여유 있으리라 생각해요. 아이들과 학교 인근 숲에도 들어가 보세요. 교실 밖에서 나무가 들려주는 과학과 시, 노래 이야기도 만나면 좋겠습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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