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개편의 조건은 양심과 신뢰

2019.09.19 11:00:08

최근 조국발(發) 대입제도 개선안에 대해서 논란이 분분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의 대입,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시험이 아닌 스펙 위주로 이뤄졌다는 국민 여론 반발과 언론 보도에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부장관에게 대입제도 개편을 고려하라는 지시를 내린 일 때문이다.

 

물론 현재 교육계에서는 수시보다는 상대적으로 공정성, 투명성이 나은 정시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교육부의 공식 발표는 줄곧 2022 대입은 이미 공표한 대로 수시와 정시를 70 대 30으로 하고, 그 이후 역시 수시와 정시을 비율 변경이 아니라, 수시 전형의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 확보 위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합당한 공표다.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제도의 근간인 대입제도, 대입전형을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좌지우지 바꾸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우리의 수능격인 대입공통테스트시험이 2021학년도부터 약간 조정, 변경되는 데, 이 작업과 과정을 2013년부터 8년 간 진행하여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얻어서 개정할 계획이다.

 

학부모, 교육계를 비롯한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서 무리없이 원만하게 타협하고 정책을 입안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국가 교육제도의 근간인 대입제도를 조령모개하는 정책 문화 속에서 교육 백년지대계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서울대에서 대입 수시 전형의 교내상 수상 문제를 발표했다. 2019년 서울대 수시전형 합격생들이 출신 고교에서 받은 교내상은 평균 3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에서 천문학적인 상장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4년 전인 2015학년도 수시 합격자의 고교 교내상 수상 실적 평균 23개보다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합격생 가운데 가장 많은 교내상을 받은 학생은 무려 108개의 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고교를 다니는 3년 내내 거의 매주 상을 받은 셈이다.

 

현행 교육과정상 초중고교 연간 수업일수가 190일인 점을 감안하면 매주 수상을 한 것인데, 그 상의 신뢰성은 재론 안 해도 불문가지다. 570일 수업일 수 약 100주에 수상 108장을 받은 것이다.

올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서울대 입시에서 전체 모집 정원의 25%, 서울대 정원의 78.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평가 기준을 알기 힘든 ‘깜깜이 전형’,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받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불신이 크다.

 

교내상 수상 실적과 봉사활동은 그런 학종에서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중요하게 반영돼 왔다. 이는 조국발 대입제도 개편과 정반대 역 현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인턴 봉사, 상장 등이 위조됐다는 것인데, 서울대 수시 전형은 이렇게 고교에서 남발된 상장을 계량화, 정량적 평가 자료로 중히 여겨 선발 자료로 활용한 것이다.

 

사실 교육부에서는 특정 대학 합격률, 상황을 공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는 이른바 SKY 대학 in 서울대 합격자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고, 스스로 명문 고교의 잣대로 자화자찬하는 것이 상례다.

 

일부 일선 고교가 학종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스펙 부풀리기,  ‘교내상 몰아주기’를 하며 명문대 합격자 수를 늘리려 한다는 비판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교수 등 상류층의 자녀 인턴과 상장 품앗이, ‘스펙 쌓아주기’와 더불어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 엄ㄱ겨히 말하면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

 

물론 단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상하는 것은 수상자 격려와 학습 동기를 불어넣고 전인적 인성을 키우는 교육과정 상 교육 행정이다.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고유한 행정 행위다. 특히 최근 교육 분권 차원에서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은 단위 학교장에게 거의 위임된 상태다.

 

하지만, 3년 간 수상이 100개 이상이면 당해 학교의 수상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개연성이 없지 않다. 출신 고교에서 특정 대학 수시 전형을 목표로 상장을 남발했을 가능성이 노후하다. 학교장과 교사의 양시과 도덕에 관한 문제지만, 충분히 의심이 가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처사다.

 

분명 조국발 대입제도 개편은 그 기정에 신뢰가 자리 잡아야 한다. 단위 학교 교사, 학교장이 명문 대학 입학자 수와 비율이 당해학교 명성과 역량의 유일한 지표라고 신격화 믿음으로 고착화된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수시, 정시 비율 조정, 수시 전형 요소의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 확보는 모두 도루묵이자 공염불이다.

 

2019학년도 이후 대한민국 대입제도 개편은 단위 학교 교사와 학교장의 양심과 도덕, 그리고 명문 대학 입학자수, 비율이 절대 당해 고교 명문 척도가 아니라는 신뢰가 기저에 흔들림 없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명문 대학 합격자수, 비율이 낮아도 훌륭한 학생으로 교육시킨 고교가 명문 학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오기는 할른 지 진한 자괴감이 들고 있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