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소통으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2019.10.28 10:23:13

기차 선로가 하나일 때는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교육에 있어서도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두 개의 선로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지식적인 성장이고, 두 번째 선로는 정서적 발달인데 두 가지 요소의 조화로운 발달에는 의사소통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상대가 진정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좋아한다고 느낄 때 비로소 변화를 한다’는 존 가트맨의 말처럼 상대방을 알아주고 다가가는 의사소통은 교육적인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교사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 교사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여기에서의 성공이란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것을 의미하고 넓게 본다면 동료 교사와의 관계까지도 포함하는 전반적인 교직 생활로 볼 수 있다. 교사는 말을 계속 해야 하는 직업이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하기 위해 이야기 하고 상담과 생활지도에서도 말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교사와 많은 의견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학교생활이 행복하기가 어렵다. 감정은 함께 있을 때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표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먼저 교사가 행복해야 긍정적 에너지가 교실 내에 전해지고 학생들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 기술이 미숙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그 내용보다는 방식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과정을 거쳐 교사가 되었지만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하여 교직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더해지면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란 매우 어렵다. 반대로 적응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 초임의 시기에 올바른 의사소통 기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보다 쉽게 교직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필요충분조건으로 ‘수용’, ‘공감’, ‘진솔’을 제시했다. 로저스는 인간은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이며 환경적으로는 수용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은 상담자가 아니더라도 대화를 할 때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조건이며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대화의 기술이 갖춰진다면 더욱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수용을 해주기 위해서는 관심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또한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해 주면 대화가 즐겁고 편해진다.

 

또한 공감을 해 주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남이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대화하기 때문에 공감을 하기란 쉽지 않지만 숨은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대화가 더욱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상대방과의 신뢰 형성을 위해서는 진솔해야 하는데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에 솔직한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말이나 표정으로 알아듣고 있다는 인정을 해 주고 좀 더 듣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대화를 진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단기간에 이런 대화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실천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들은 가르침과 배움이 잘 이루어지는 교실을 꿈꾸지만 그 전제에는 학생의 배움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물론 교사-학생, 학생-학생의 존중 뿐 아니라 교사 스스로가 자신을 먼저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한다. 학교 안에서도 끊임없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데 때로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공동의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협력해야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의욕이 있어도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공적으로 마치기는 어렵다.

 

최근에 많이 다루어지는 비폭력 대화, 감정코칭, 교사역할훈련 등 다양한 의사소통 기술들을 먼저 교사가 잘 익히고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정에서보다 많은 요즘, 의사소통 방법도 학교 안에서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 형성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사람은 환경에 반응하면서 살아가고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환경의 압력에도 직접적으로 반응한다.

 

이렇게 해서 익숙해진 것이 자신의 성격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올바른 의사소통 기술을 길러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만약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겪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자치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배우게 한다면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의견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교사의 권위 또한 함께 살아나게 된다.

 

현재는 학생 배움 중심 수업 및 평가를 강조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협력적 배움, 탐구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을 통해 학생이 능동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협력적 배움은 의사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한 학습법이다.

 

집단지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협력의 가치를 가르쳐야 하지만 교육활동에서 뿐 아니라 동료 교사들의 관계에서도 협력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공의 경험 뿐 아니라 실패의 경험까지도 서로 공유하여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하나의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교직에 있어 대부분의 업무는 혼자하기 보다는 여럿이 협력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 교사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오해가 쌓이거나 예상치 않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또한 업무의 경계가 불확실하거나 업무의 분배가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초임 교사의 경우는 업무에 익숙하지 못하여 더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때 효과적인 의사 표현이 필요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말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감당하다보면 학교 전체의 교육 활동에도 지장을 주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선배교사나 관리자와의 소통을 할 때도 그 입장을 먼저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상대방의 어려움을 헤아려주는 것만으로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고 진정한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어가는 타협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공감하는 대화는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일방이 아닌 쌍방의 소통으로 올바른 협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고 각자의 입장을 고려한 가장 좋은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갈등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를 파악하고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해 가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공감이 잘 이루어지면 학교 교육이 추구해야 할 철학적 가치와 교육 방향도 함께 논의해 볼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 집단이라면 자연스럽게 상호 협력과 반성적인 대화를 하며 공동 사고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제는 경쟁보다는 협력과 소통을 통해 전문가 집단으로서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지식과 정보는 폭증하고 새로운 지식의 생성과 소멸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의 지식의 전수 기관으로서의 역할 또한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만이 담당할 수 있는 고유의 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가정과 마을의 돌봄 공동체가 과거보다 약화되고 학교가 대부분의 사회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의사소통 기능을 배우고 협력하는 방법을 가르쳐 학교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박지원 전주반월초 교사 generalt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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