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한 달 앞둔 고3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정치이념을 강요한 교사를 고발했다. 특별장학 형식으로 사건을 조사한 교육감은 강압적인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정치편향 교육활동이 없었다고 발표했고, 학생들은 정치교사와 교육감은 함께 물러나라며 교육청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했다.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을 향해 ‘조국 파면’을 요구한 야당 대표의 삭발보다 처절한 외침이고 저항이었다.
학생들의 외침 외면한 교육감
인헌고 김화랑 학생이 말한 것처럼 가장 청정해야 할 학교 공간에서 교육이란 이름 아래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념을 강요하고 특정 정치사상을 주입하려 한 교사는 자격이 없다. 서울교육 수장은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피눈물로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친일적’, ‘혐오적’, ‘적대적’이라며 낙인을 찍었다.
사건은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는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NO 일본 NO JAPAN’ 등 ‘반일 문구’가 적힌 선언문을 몸에 붙이고 뛰라고 지시한 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반발한 학생들은 학생수호연합을 결성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페미니즘 수업을 듣게 했고 반일 사상을 강요했다. 어떤 교사는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던 날 학생들에게 “조국 가짜 뉴스를 믿으면 다 개돼지”라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 하나는 잘한 것 같다”고 발표한 학생을 향해 ‘일베’라 부르기도 했다.
조국 사태로 국민 여론이 두 쪽 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뉴스가 가짜인지 진실인지는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것이고 평가는 동시대를 사는 국민 각자의 몫이다. 문제의 교사들에겐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를 외친 사람들만 국민이었는지 모르나 광화문에서 ‘조국 사퇴’를 주장한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임에 틀림없다.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먼저 얻은 지혜와 양식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교사의 할 일이다. 특정 사안의 진위나 자기 이념을 미래 세대에 강요할 자격증은 누구에게도 없다. 선생(先生)은 후생(後生)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교사도 정치 의사를 가지고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학생들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인헌고 몇몇 교사들은 교육을 자신들의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파당적 방편으로 이용함으로써 학생들이 자기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 교사는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되어가는 아이들에게 교육이란 이름으로 특정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가장 나쁜 형태의 정치 활동이다.
교육청이 못하면 국회 나서야
서울교육청은 특별장학이란 이름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한 307명 중 ‘구호 제창에 교사의 강요가 있었다’는 학생이 97명, ‘조국 뉴스는 가짜라 말한 걸 들었다’ 29명, ‘너 일베냐’ 28명 등 교사들의 정치편향을 주장한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인헌고에 별도의 행정처분이나 징계, 특별감사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 평소 소수의견 존중을 자주 거론하던 교육감인데 왜 이 사안만은 교사들의 일탈을 지적한 학생 수가 적어서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정치편향 교육은 한 인격체의 의식을 오염시키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교육청이 편향에 오염됐다면 교육부가 소독해야 하고 교육부마저 전염됐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공수처 설치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중요한 문제다. ‘선생’은 과거고 ‘학생’은 미래다. 과거가 미래를 망치게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