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반 토막, 자유학년제 제대로 운영될까.

2019.12.24 13:23:41

2020학년도에는 전국의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가 운영된다. 자유학년제는 자유학기제를 1년에 두 번 운영하는 형태로 기존의 자유학기제에 비해 진일보된 방안이다. 2019학년도에도 자유학년제를 운영한 학교들이 상당수 있다. 자유학기제의 확대 운영은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의욕적인 행보로 자유학기제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자유학기제의 자유학기활동은 전문강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호응도가 매우 높았다. 본교만 하더라도 자유학기활동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문강사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기존의 교사인력으로는 운영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을 전문강사를 통해 운영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2020학년도 부터는 이런 자유학기 활동에 참여하는 전문강사를 찾아보기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학년제 예산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대략 올해에 비해 1/2정도의 예산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내 중학교의 예산이 줄었으니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더구나 강사료로 사용할수 있는 예산을 전체 예산의 30%로 규제하여 더욱더 어렵다. 2019학년도에는 40%였다.  교육청 에서는 교사의 직접지도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예기치 않은 수업 부담 증가는 물론 전문성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의 부재로 부실 논란이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원하더라도 강사비 지급여력이 없기 때문에 전문강사초빙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해당학교 교사들이 모든 자유학기활동 프로그램을 지도해야 한다. 물론 교사들이 지도하는 것이 잘못 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국어 교사가 과학이나 기술/가정을 지도하기 어려운 것처럼 교사들이 직접 지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연수 등을 통해 지도를 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자칫하면 자유학기 활동이 기존의 동아리활동과 차별화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기존의 동아리활동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개설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전문성 보다는 교사가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당초 제시되었던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프로그램 운영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교사들의 능력을 한 껏 높게 평가한다고 해도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항간에서는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자유학년제 예산 삭감이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다른 분야에는 복지예산을 확대하면서 유독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면서 기대감이 높았던 자유학년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즉 프로그램의 질이나 학생의 요구사항을 무시하고 주어진 시간을 채우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예산을 강사료로 사용하는 스포츠클럽 과의 비교하더라도 자유학기 예산은 불공평하다.

 

그동안 자유학기활동 운영 에서 외부의 전문강사를 활용함으로써 청년층의 일자리 확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해왔는데, 전국의 많은 강사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어 국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본교 강사들이 올해 자유학년제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어 내년도 계획을 많이 물어 온다. 예산삭감으로 강사자리가 위태롭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교사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기는 하다. 다만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하기에는 시기상조의 느낌이 든다. 시간을 두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산의 일부를을 줄인 것이 아니고, 1/2만 예산으로 내려 보냈기에 충격이 크다. 1/2삭감은 학교현장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자유학년제가 학생을 위한 정책이라면 최소한의 예산을 더 확보해 주어야 한다. 강사비 사용비율도 확대 해야한다. 최소한 지난해 교부되었던 예산의 2/3 정도는 교부되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에산을 줄였기 때문에 학교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추가 예산을 교부해 주어야 한다. 무상교복이라는 외형적인 복지에 주력하기 보다는 당초의 취지에 맞는 자유학년제 운영을 위한 예산 증액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 교사 hanmaeem@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