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로 전국 유·초·중·고의 개학이 연이어 미뤄지는 것과 관련해 9월 신학년제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총은 신중한 태도를 요청했다. 천문학적 비용과 혼란이 따르는 문제인 만큼 감염병 장기화에 떠밀려 섣불리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안했다.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과 세종시교육청 최교진 교육감 등도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9월 학기제 도입’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감염병 장기화에 떠밀려 섣불리 신학년제 문제를 제기하거나 논의해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은 코로나19의 조기 극복에 모든 국민이 집중할 시점”이라며 “국민들의 불안감에 편승해 정치적 이슈몰이 수단으로 의제화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신학년제 변경의 경우 교육적 장·단점을 철저히 검증하면서, 사회적 파장과 비용을 고려해 전문적이고도 매우 조심스러운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대부분이 9월 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도 이르다는 게 교총의 설명이다.
오히려 현재 유럽 국가 등 교육학자들 사이에서 감염병으로 인한 ‘3월 신학년제’ 제안이 나오고 있는 만큼, 섣부른 결정으로 인해 재차 엇갈릴 수 있다. 자칫 잘못된 선례를 남길 경우 추후 또 다른 감염병이 생긴다면 그 때 가서 다시 3월 신학년제로 바꿔야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감염의 위험성이 완전히 배제된다고도 볼 수 없다.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그해 12월 23일 종식이 선언됐다.
교육부 역시 9월 신학년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측은 “다음 달 6일 개학을 목표로 다양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6년 전 학년제 개편 추정 ‘10조원’
취학 연령을 6개월을 앞당겨 조기 취학시키는 문제는 엄청난 여파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 경우 신입생 숫자가 대폭 증가해 교사, 교실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 신입생이 급증한 첫 해당 학년은 진학, 입시, 채용 등에 있어 경쟁이 심화되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대학 입시, 기업 채용과 공무원 시험 등 국가고시 일정 등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체의 시간표가 달라지는 혼란과 그 과정에서 나타날 사회적 비용 등은 가늠하기조차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앞선 정부에서도 ‘9월 신학년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으나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파장 등 때문에 무산됐다.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관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학제 개편 추정비용은 8조∼10조원이다.
교총은 “이런 문제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도 9월 신학년제 논의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번번이 무산됐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유사한 감염병이 창궐해 개학이 연기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취학연령, 교육과정, 교과서, 학사일정, 입시일정, 회계연도, 채용 시기 등을 뒤엎기란 매우 곤란하다”고 우려했다.